총선 패배 책임론 vs 배후론… 김 여사 ‘문자 사과’ 갈등 격화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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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한동훈 정무적 판단 오류
총선서 20석 이상 잃었다” 주장
친한 "당시에 사과 의지 없었다
친윤이 영부인을 먹잇감 만들어”
'읽씹' 한동훈 태도 전대 변수 관측
오늘 국힘 전대 부울경 합동토론회

국민의힘 한동훈.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당대표 후보에게 보낸 문자 전문이 공개되면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명품백 수수’에 대해 김 여사가 5번에 걸쳐 사과 의사를 담은 문자를 보낸 사실이 명확해지면서 친윤계는 ‘사과 의지가 없었다’는 한 후보의 거짓말이 드러났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반면 한 후보 측은 이 문제로 비대위원장 사퇴 압박까지 받았던 당시 상황을 거론하며 ‘진정성’ 문제를 거론하는 동시에 문자 공개의 ‘배후’를 놓고 재차 각을 세웠다.

9일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5건의 문자에서 김 여사는 명품백 문제에 대한 ‘제 탓’이라며 자신의 잘못을 거듭 인정하면서 비대위의 사과 결정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표시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이 문제로 한 후보에게 ‘역정’을 낸 데 대해서도 사과하면서 윤 대통령과 한 후보 사이를 중재하려는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친윤계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 전문을 보면 김 여사는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는 내용으로 읽히는데, 한 전 위원장은 어느 대목에서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파악했다는 것인가”라며 “자신의 정무적 판단 오류에 대해 쿨하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원조 친윤으로 통하는 권성동 의원 역시 “김 여사 사과 여부는 당시 중요 현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과 사를 구분했었다는 사후 변명은 무책임하다”며 “한 후보는 당시 판단 착오를 인정하고 이것이 총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정훈 의원은 “김 여사의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의 심각한 결핍을 의미할 뿐”이라며 “(당시 김 여사가)사과를 진정성 있게 했다면 우리가 20석 이상은 더 가져왔을 것이라고 짐작한다”고 한 후보의 총선 패배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한 후보 측은 문자의 전체 맥락은 물론, 당시 전후 상황을 보더라도 김 여사가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 러닝메이트인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 쪽과 원내지도부에서 ‘사과가 필요한 것 같다’는 취지를 용산에 전달했는데 ‘그게 안 된다’는 취지의 답변이 이미 와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 공개로 김 여사가 사과 ‘의지’를 충분히 표명했다는 판단이 강해지면서 배후론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한 후보 측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는 “어떤 분들이 뒤에 있는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실 것”이라며 ‘친윤 인사와 원희룡 캠프’냐는 질문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고, 한동훈 캠프 총괄상황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 역시 “대통령실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개입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친윤이라는 분들이 영부인을 (야당 공세의)먹잇감으로 갖다 바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전대 구도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당 내부 관측도 엇갈린다. 노골적인 개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없다는 판단이 있는 반면 영부인의 진정성 있는 5건의 간곡한 문자를 ‘읽씹’한 한 후보의 오만한 태도가 밑바닥 당원 정서를 흔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친윤계 인사는 “당원들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1차에서 한 후보가 과반을 못 넘는 상황은 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후보 측은 “대세론을 형성한 1위 후보에 대해 나머지 세 후보가 파상 공세를 펴다 보니까 오히려 동정표까지도 붙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 관계자는 “문자와 관련한 한 후보의 태도 문제가 도드라져 보이기는 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당원들의 호감도가 크게 낮다”며 “유불리를 예상하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등 당대표 후보들은 이날 오후 열린 첫 TV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격돌했다. 이들 후보는 10일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울산·경남 합동토론회에 참석한다. 이와 관련,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전투구식의 상호 비방이 나오고 있어서 당원, 국민들이 상당히 불편한 마음”이라며 후보들의 상호 비방 자제를 촉구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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