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사회적 가족 장례·추모’ 시스템 만든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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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비혈연 장례·사후 정리
‘해피엔딩 장례 지원사업’ 실시
장례 주관자·방식·부고 알림 등
생전에 신청서 작성 통해 선택
본보·구청, 무연고자 해법 모색

부산 동구청이 전국 최초로 사회적 가족 추모 시스템을 구축한다. 동구청 입구에 내걸린 ‘해피엔딩 장례 지원 사업’ 현수막.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동구청이 전국 최초로 사회적 가족 추모 시스템을 구축한다. 동구청 입구에 내걸린 ‘해피엔딩 장례 지원 사업’ 현수막.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일보〉와 부산 동구청이 전국 최초로 비혈연 장례와 추모, 사후 정리를 확산시키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닻을 올렸다. 개정 장사법의 허점을 보완하고 사회적 가족을 통해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죽음과 사후 자기결정권 보장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부산일보 지난달 27일 자 1면 보도 등)가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부산 동구청은 비혈연 장례와 추모, 사후 정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피엔딩 장례 지원사업’을 실시한다고 9일 밝혔다.

이 사업은 1인 가구나 무연고자를 사회적 가족과 생전에 ‘장례 주관자 지정’과 ‘부고 알림’, ‘유언 집행자 통보’ 서비스로 끈끈하게 연결하는 유례 없는 시도다. 부산 동구에 거주하는 1인 가구나 무연고자는 ‘사전 장례 의사 관리 신청서’ 작성을 통해 생전에 주변 사회적 가족을 장례 주관자로 지정(대상자가 희망할 경우)할 수 있고, 사후 장례 방식과 일수, 안치 방법까지 선택할 수 있다.

또 구청은 신청서를 작성한 사람의 부고를 장례 주관 지정자뿐만 아니라 알리고 싶은 사회적 가족에게 알려준다. 아울러 구청은 신청자를 대상으로 공익변호사의 유언장 작성과 유언집행자 지정 교육도 진행한다. 교육을 받고 유언장을 작성한 사람 중에 유언집행자(사후 정리 등 유언에 대한 직무 권한을 갖는 사람)를 지정한 경우 유언집행자에게도 부고 알림을 해준다.

동구청은 7월 한 달간 집중 홍보에 돌입하고, 이후 상시적으로 신청서를 접수한다.

‘사전 장례 의사 관리 신청서’는 동구청이 이번 사업을 위해 새롭게 만든 양식의 신청서다. 신청서에는 장례 주관자로 지정하려는 사회적 가족, 부고를 알리고 싶은 이웃과 지인, 친구, 유언장을 작성할 경우 유언집행자로 지정한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를 각각 기입하도록 했다.

〈부산일보〉는 무연고자의 장례와 추모, 사후 정리에 사회적 가족이 개입할 틈이 거의 없었던 현행 제도와 시스템의 한계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구청 단위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쪽방촌 등 1인 가구 거주 비율이 높은 부산 동구청에 협업을 제안했다. 동구청과 구체적인 사업 방식과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는 현행 법과 제도는 무연고자가 유언장, 자필서명서 등의 방법으로 사회적 가족을 장례 주관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길은 열어놨지만, 이를 아는 사람이 없는 데다 무연고자가 사망했을 경우 연고자가 아닌 사람은 사망 사실을 통보받거나 알지 못하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전에 무연고자와 사회적 가족의 연을 끈끈하게 ‘연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최근 서울의 한 지자체는 60세 이상 기초생활보장수급자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사망 시 장례를 치러주거나 유류품을 처리해 줄 가족이나 지인의 연락처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사전장례주관 의향서’ 신청을 접수했다. 하지만, ‘해피엔딩 장례 지원사업’은 모든 무연고자나 무연고자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점과 장례 주관자 지정을 비롯해 장례 방식과 일수, 안치 방법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한 점, ‘부고 알림’과 ‘유언집행자 통보’ 체계까지 마련했다는 점에서 가장 실질적이고 타 지자체에도 확대 적용 가능한 대안이다.

동구청은 사업 홍보를 위해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거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현수막을 걸고, 동주민센터와 관내 노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에 포스터도 붙인다. 신청서는 동주민센터에 비치하고, 동 단위 복지 안전망과 1인 가구 맞춤형 돌봄 서비스, 사회복지시설을 활용해 배부한다.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무연고자와 사회적 가족의 생전 관계를 서로 이어줌으로써 존엄한 죽음과 사후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의 동구청 복지정책과 051-440-4317.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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