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신발특구’ 부산진구, 3년 사이 신발업체 134곳 사라졌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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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전국 10%인 232곳에서
올 상반기 98곳으로 반 이상 줄어
베트남·중국 등에 밀려 뒤안길로

지난해 부산진구청에서 열린 ‘개인 맞춤형 스마트신발 실증사업 체험행사’. 부산진구청 제공 지난해 부산진구청에서 열린 ‘개인 맞춤형 스마트신발 실증사업 체험행사’.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 부산진구가 정부 신발특구로 지정된 이후 오히려 지자체 내 신발제조업체가 232곳에서 98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신발산업 황금기를 이끈 이 지역을 특구로 지정하면서 대대적 지원에 나섰지만, 특단의 대책 없이는 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진구청은 5~6월 전수 조사를 진행한 결과 부산진구 신발제조업체가 98곳으로 파악된다고 9일 밝혔다. 2021년엔 당시 전국 업체 중 약 9.6%인 232곳이 있었지만, 3년 만에 약 57.8%가 감소했다. 업체는 완제품 제조뿐 아니라 장식품, 신발 끈 등을 만드는 곳도 포함됐다.

부산진구는 2021년 11월 중소벤처기업부 ‘신발산업 성장거점 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박물관인 ‘한국신발관’을 중심으로 여전히 신발산업 집적지인 점을 반영한 결과다. 1960년대 한국 신발산업 중심에 있었고, 1980년대 해외 브랜드 운동화 생산을 도맡은 역사도 고려됐다.

신발특구 선정으로 부산진구는 재도약을 꿈꿨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구 지정 당시 2025년 말까지 4년간 생산유발효과는 562억 원, 소득유발효과가 185억 원, 고용유발효과는 598명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부산진구청 집계 결과 2022년 지원한 39개 특구 기업 매출액은 130억 원, 지난해 지원한 20개 기업 매출액은 75억 1000만 원이었다. 특구 내 고용도 2022년 53명, 지난해 28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와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기대만큼 실적을 올리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베트남과 중국 등 생산 비용이 적은 해외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부산진구 업체 등에 주문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내에서도 임차료 등 비용이 적게 드는 강서구나 경남 김해로 업체를 이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특구 사업에 국·시·구비와 민간 투자로 4년간 32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2022년과 지난해 각각 53억 8000만 원과 50억 2000만 원만 투입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사업비는 고부가가치 신발 개발, 창업 공간 지원, 신발 축제 활성화 등에 배정하기로 명시했다.

부산테크노파크 신발패션진흥단 관계자는 “국내 인건비 상승으로 한계에 직면한 부산진구 신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많다”며 “60대가 막내인 공장도 있는데 신발 업계에 종사할 청년 유출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익이 적어도 대출로 사업을 이어가는 업체가 있고, 자금 여력이 있어도 폐업을 선택하기도 한다”며 “코로나19 기간과 이후까지 신발 소비가 줄어 눈물을 머금고 폐업한 업체도 많다”고 했다.

부산진구와 관련 기관 등은 신발 업계가 어려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진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주문 자체가 많이 줄면서 실적이 부진한 건 사실”이라며 “신제품 개발과 전시회 입점 등 제조와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여러 문화 사업도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부산테크노파크 신발패션진흥단 관계자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신발 연구와 개발을 더욱 지원하고, 관광 상품과 신발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요즘 신발뿐 아니라 의류와 가방 등을 함께 다루기도 하는데 융복합 사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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