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 없어도 모임 회비 알아서 ‘척척’… 모임통장 유치전 지역은행까지 가세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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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생활 통장부터 계모임 통장까지
카카오뱅크 아성에 은행들 잇단 도전
저금리 예금·신규 고객 확보에 유리
총무 변경·출금 요청 등 편의성 경쟁
뉴욕타임즈, K문화 일환 소개하기도

모임통장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통장 명의 변경, 모임 지원금 지급 등 은행들의 모임통장 고객 유치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은행, 토스뱅크,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홍보 페이지(위부터). 각 사 제공 모임통장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통장 명의 변경, 모임 지원금 지급 등 은행들의 모임통장 고객 유치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은행, 토스뱅크,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홍보 페이지(위부터). 각 사 제공

생활비 통장, 동호회 통장 등 한 통장을 두 명 이상이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모임통장’ 고객 잡기에 은행이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모임통장은 인터넷은행 특화상품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모임통장이 대중화 되면서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시중은행과 지역은행도 다양한 기능을 더해 잇달아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9일 BNK부산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부산은행 모임통장 개설 계좌는 15만 4849좌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 예금주가 모임원을 부산은행 앱에 초대하면 거래 내역, 회비 걷기, 출금 요청 등이 가능하게 되면서 가입자가 대폭 늘었다. 모임 구성원이 모임통장 구성원에게 출금, 입금을 요청하는 기능은 다른 은행에는 없는 기능이다. 부산은행은 모임통장 고객 중 거래 실적에 따라 우수 모임을 선발해 이체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 우대도 제공한다.

모임통장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은행 ‘후발 주자’인 인터넷은행의 고객 유치 상품으로 출발했다. 카카오뱅크는 2018년 12월 시장에 처음 모임통장을 출시했다. 출시 5년 만인 지난해 말 모임통장 가입 계좌는 1000만 좌를 돌파했다. 카카오톡으로 모임원 초대가 가능해 누구나 쉽게 가입할 수 있어 급속도로 가입자를 늘렸다.

카카오뱅크가 모임통장을 지렛대로 고객 확장에 나서자 지역은행, 시중은행도 모두 모임통장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각 은행마다 모임통장은 필수 기능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단순히 자금을 모으는 기능을 넘어 모임원에게 특별 이자를 지급하기도 하고 통장임에도 명의변경도 가능하다. 케이뱅크 모임통장은 모임원이 다 같이 목표 금액을 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임비 플러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모임 구성원들과 별도 조건 없이 목표 금액을 모으기만 하면 연 최고 10%의 달성 금리를 붙여준다.

하나은행이 차별점으로 내세운 기능은 ‘총무 변경’ 기능이다. 총무가 모임원 중 한 명에게 총무 변경을 요청하면 모임원 동의를 거쳐 새로운 총무를 선정할 수 있다. 총무가 바뀌어도 기존 회비 거래 내역과 모임 계좌 번호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조기축구 동아리 동료들과 모임통장에 가입한 김현건(34) 씨는 "회비 입출금 내역도 바로 바로 확인이 가능하고 회비 날짜도 앱에서 알려준다"며 "모임통장으로 동료들끼리 돈 문제로 얼굴 붉힐 일이 없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모임통장을 ‘K금융 문화’로 주목한다. 지난달 뉴욕타임즈에서는 모임통장을 사용해 계모임을 운영하는 한국인의 사례를 들며 모임통장을 “모든 구성원들이 모임 회비가 어떻게 쌓이는지, 어떻게 사용되는지 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최대 2%의 이자도 얻게 해 준다”고 소개했다.

은행들이 모임통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저금리 예금 확보와 신규 고객 유치에 모임통장이 효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모임통장은 금리가 연 0.1%로 수시 입출금 통장 수준에 그친다. 은행 입장에서는 일반 정기예금이나 적금보다 이익이 많이 남는 상품인 셈이다. 또한 모임원들이 함께 이용하기에 신규 고객 모집이 쉽고 고객 이탈 가능성도 낮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신규 고객 72만 명 중 모임통장을 사용하는 고객은 31만 명으로 약 42%를 차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예적금 상품은 금리가 경쟁력이지만 모임통장은 편리함이 핵심이다”며 “고객 예치금 확보, 신규 고객 유치 차원에서라도 고객 편의를 위한 모임통장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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