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집대성한 ‘한국 여성문학’ 선집 출간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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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부터 1990년대까지
모두 7권 총 3256쪽 달해

한국의 여성문학을 여성의 기준과 관점으로 집대성한 <한국 여성문학 선집>이 출간됐다. 민음사 제공 한국의 여성문학을 여성의 기준과 관점으로 집대성한 <한국 여성문학 선집>이 출간됐다. 민음사 제공

한국의 여성문학을 여성의 기준과 관점으로 집대성한 <한국 여성문학 선집>(민음사)이 출간됐다. 모두 7권에 총 325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선집은 근대 개화기 조선부터 1990년대 민주화 이후 한국까지 시대를 역사적 전환점으로 구분하고, 시대마다 독자적인 개성과 전환을 이룬 여성문학 작가와 작품을 선별해 담았다.

이 선집은 김양선(한림대), 김은하(경희대), 이선옥(숙명여대), 이명호(경희대), 이희원(서울과학기술대), 이경수(중앙대) 교수 등 여성주의와 여성문학을 연구해 온 학자들이 2012년 결성한 ‘여성문학사연구모임’이 엮었다. 시, 소설, 산문, 희곡뿐 아니라 잡지 창간사, 선언문, 편지, 일기, 노동 수기 등 제도화된 문학 형식 밖에 있다는 이유로 문학사에서 다뤄지지 못했던 다양하고 자유로운 여성 글쓰기를 망라했다.

기존 문학사에서는 나혜석의 ‘경희’가 여성교양지 <여자계>(女子界)에 발표된 1918년을 여성문학의 원류로 봤지만 <한국 여성문학 선집>은 그보다 20년 앞선 1898년 ‘여학교설시통문’을 여성 글쓰기의 원류로 본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두 여성이 신문에 투고한 글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받고 일할 권리가 있고 이를 위한 학교를 설립하자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 선집은 한국 문학사에 대한 전문적 지식 없이도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백과사전식 구성으로 편찬됐다. 사회·정치·문화적 맥락에서 작품과 작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끄는 ‘시대 개관’, 개별 작가의 생애와 작품, 문학사적 의미를 짚는 ‘작가 소개’와 더불어 작품마다 시대와 맥락을 이해하기 쉽도록 각주를 붙였다. 모든 작품은 초간본 원문을 우선해 수록했고 장편소설은 작품 소개와 함께 주요 장면을 발췌해 수록했다. 여성문학사연구모임 공동 저자들은 “그동안 문학사에 없던 여성의 기준과 관점으로 근현대 한국 여성문학의 계보를 집대성하고, 제도 문학 중심의 구분에서 벗어나 여성의 지식 생산과 글쓰기 실천을 아카이빙한 최초의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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