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노동자상 추진위, 시 ‘원상복구 명령 예고’ 정면돌파…어떻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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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긴급 집행위원회 회의 열어
의견서 발송 등 절차에 따라 대응

거제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소녀상 옆에 건립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 노동자상은 갈비뼈가 드러나는 깡마른 체구에 오른손엔 곡괭이를 들고 왼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무엇가를 그리워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거제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소녀상 옆에 건립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 노동자상은 갈비뼈가 드러나는 깡마른 체구에 오른손엔 곡괭이를 들고 왼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무엇가를 그리워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법적 대응 운운 말고 온전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가 거제시의 노동자상 자진 철거 요구(부산닷컴 7월 8일 보도)에 대해 절차에 따라 맞대응하기로 했다.

추진위는 지난 11일 긴급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거제시의 ‘처분사전통지서’에 대해 노동자상 건립 배경 등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고 향후 움직임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거제시는 앞서 통지서를 통해 추진위에 공유재산 무단 점사용에 따른 시설물 철거와 원상복구 명령을 예고했다.

추진위는 의견서에서 “애초 거제시 조례에 따라 행정 절차를 밟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노력했지만,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에서 모두 부결됐다”면서 “불공정한 심위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추진위에 따르면 심의위는 내부 위원 5명, 외부 위원 6명 등 11명 구성이다. 이 중 외부 위원은 지역민 대표, 거제시의원, 공공조형물에 관해 학식·경험 있는 전문가가 참여한다. 내부 위원은 관리·주관 부서장, 도시·도로·공원 업무 등 담당 부서장이 배석한다.

그런데 공공조성물에 대한 전문성 부족한 특정 문화예술연합단체장이 위원장을 맡아 위법적이고 편향되게 운영됐다는 게 추진위 주장이다. 게다가 공정한 회의를 위해 비공개해야 할 위원 명단이 사전 유출됐고, 일부 위원이 다른 위원을 찾아다니며 부결을 종용하는 등 심각한 위법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추진위는 “노동자상 건립이 위법적인 행정절차에 막혀 무산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했다”며 “시민 손으로 시작한 만큼 건립까지 시민 손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판단해 건립을 완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제시민의 노력으로 제작, 건립이 된 노동자상”이라며 “거제시는 행정적,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게 아니라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건립 의미를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지방정부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는 6월 28일 장승포항에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부·울·경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거제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과 표지석을 설치했다. 부산일보DB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는 6월 28일 장승포항에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부·울·경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거제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과 표지석을 설치했다. 부산일보DB

한편, 추진위는 민주노총 거제지역지부 등 24개 노동단체와 거제경실련 등 11개 시민사회단체,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등 5개 정당이 손잡고 작년 5월 발족했다. 이후 시민 모금으로 제작비 4000만여 원을 마련해 동상을 완성, 작년 11월과 올해 1월 거제시에 건립 허가를 요청했지만 심의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심의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추진위가 제안한 부지도 노동자상 건립지로 타당하지 않고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결국 추진위는 지난달 28일 거제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소녀상 옆에 동상과 표지석 설치를 강행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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