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정에서 한국 색깔 담은 세계적 브랜드 탄생하길"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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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올해 창립 50주년, 새 여정 꿈꿔
'혼을 제품에 싣는다' 다짐 이어와
소재부터 박음질까지 손수 체크
'삶의 변화 주도하는 그룹' 목표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이 부산 금정구 세정 본사에서 그룹이 꿈꾸는 새로운 50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이 부산 금정구 세정 본사에서 그룹이 꿈꾸는 새로운 50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세정에서 한국의 색깔과 문화를 담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탄생하길 희망합니다.”

세정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순호(78) 회장은 올해로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50년 여정을 꿈꾸며 한계를 잊은 또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박 회장의 열정은 세정그룹의 모 회사인 (주)세정의 모태가 된 동춘섬유공업사에서 출발했다. 앞서 박 회장은 경남 마산 동양상회에서 3년간 일을 익힌 뒤 부산진시장의 서울상회 도매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에서 먹고 자고 일하면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해야 했지만 생산공장 업주들을 알게 됐고, 봉제업에 대한 노하우를 얻는 등 의류업 전반에 걸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기회가 오면 창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뒤 거제리의 비어 있는 점포 4곳을 터서 메리야스 도매상 ‘동춘상회’를 열었다. 시장 내 140여 개 매장 모두 납품을 했을 만큼 번창했지만 가게를 운영할수록 도·소매업의 한계에 처하면서 직접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박 회장. 1974년 문을 연 동춘섬유공업사의 시작이었다. 돈이 없어 브랜드 개발이나 홍보는 꿈도 못 꾸던 시절, 누구나 기억하기 쉽고 알기 쉬운 브랜드명을 고민하던 박 회장은 한 서점에서 찾은 외국 서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박 회장의 삶이자 열정의 산물인 ‘인디안’이 탄생했다.

박 회장은 수많은 고비 가운데서도 창업한 지 3년 만인 1977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해 봄에 큰 인기를 모았던 긴팔 티셔츠의 디자인과 원단 그대로 여름 반팔 티셔츠를 대량 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더 얇고 시원한 원단으로 여름 상품을 제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엄청난 반품과 재고가 쌓인 것. 회사 전체를 매각해도 원단 제조 하청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원단 대금을 갚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박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린 끝에 새로운 원단과 디자인의 제품을 내놨고 2년 만에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박 회장은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기 위해서는 우수한 품질, 좋은 소재, 트렌디한 디자인 등 제품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며 “고객과의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나의 혼을 제품에 심는다’는 사훈의 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세정의 터닝포인트는 ‘대리점 체제로 전환’이었다. 1987년 당시 인디안 연간 매출은 100억 원 대로 안정권이었지만 박 회장은 이듬해 대리점 사업에 진출, 토털 패션으로 전환했다. 당시 주변에선 실패하면 기업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며 대부분 만류했다. 전국 단위로 대리점을 내고 대리점주를 설득하며 브랜드를 알리는 작업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새로운 유통체제 아래 인디안을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켜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다고 판단했다. 박 회장은 “대리점 체제로 전환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지금의 세정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금도 일일이 손수 제품을 만져보고 디자인부터 소재, 박음질까지 꼼꼼히 체크하고 평가한다. 창업 당시 장인정신의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겠다고 한 다짐을 50년이나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앞으로의 50년은 한계를 뛰어넘어 ‘품격 높은 삶의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매니지먼트 그룹’으로 도약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부터 온라인 유통으로의 유통채널 변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생활패턴 변화 등 지난 50년과 다른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신소재 개발, 디지털 전환,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 등의 다양한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패션산업도 고부가가치, 선진국형 문화창조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박 회장은 “ESG 경영을 통해 환경과 이웃, 문화와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회장은 ‘인생 선배’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박 회장은 ‘청년의 꿈이 미래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좌절과 시련의 시기가 있겠지만 꿈을 가지고 꿈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지속할 때 인생을 정진할 수 있다는 것. 박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기를 바란다”며 “생각을 바꾸면 세상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정은 남성복 ‘인디안’을 비롯해 유통브랜드 ‘웰메이드’, 여성복 ‘올리비아로렌’ 등 대표 의류 브랜드 외에도 프리미엄 컨템포러리 주얼리 ‘디디에 두보’ 등 패션의 영역을 넓혔다. 2019년에는 온라인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코코로박스’를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온라인 시장에도 주목해 온라인 전용 남성 캐주얼 브랜드 ‘WMC(더블유엠씨)’,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 ‘다이닛’을 론칭하기도 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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