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앞바다 수온, 50년 새 지구 평균보다 4배 더 올랐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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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이후 10년마다 0.53도↑
이동성 고기압·온난화 등 영향
올해도 장마 이후 고수온 전망
해수부, 11일 고수온 경보 발령

지난달 17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이 사료를 뿌리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달 17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이 사료를 뿌리고 있다. 부산일보DB

최근 50년간 부산 앞바다의 수온 상승세가 전 지구 평균과 비교해 매우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안의 온난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여름 장마철 이후 기록적인 고수온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970년 이후 부산 앞바다의 수온 상승 추세가 지구 평균보다 최대 4배 빠르다고 14일 밝혔다. 수과원에 따르면 여름철(8월) 부산 앞바다 수온은 1970년부터 현재까지 10년마다 평균 0.53도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수온이 0.14도 상승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부산 앞바다가 훨씬 더 빨리 뜨거워진 셈이다.

1970년 이전(1920~1970년) 여름철의 경우 부산 앞바다는 10년마다 0.09도, 지구 평균은 0.05도 올랐다.

수온 상승세가 비교적 약한 겨울철(2월)에도 부산 앞바다와 지구 평균은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1970년 이후 겨울철 부산 앞바다는 10년마다 0.2도씩 상승한 반면, 지구 평균은 절반가량인 0.11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1920년부터 1970년까지 겨울철의 경우 부산 앞바다는 10년마다 0.01도, 지구 평균은 0.06도 올랐다.

수과원은 이번 조사를 위해 1923년부터 1964년까지 해양 관측 자료 약 10만 건을 디지털로 복원했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격월 단위로 시행 중인 종합 해양 관측 자료를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인 특성상 남쪽에서 유입되는 따뜻한 공기와 이동성 고기압 등의 영향으로 매년 여름철 고수온 현상을 보인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로 수온 상승세가 더욱 도드라지는 상황이다.

올해 여름도 기록적인 고수온이 예상된다. 수과원은 올여름 우리나라 수온이 평년(과거 30년 평균)보다 1도 내외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번 주 장마 전선 북상 이후 수온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1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고수온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발령했다. 고수온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1단계), 심각(2단계) 등 총 5단계로 나뉜다. 해수부는 고수온 위기 경보 발령에 따라 실시간 수온 정보를 지자체와 어업인에게 안내하고, 10개 광역지자체에 액화 산소 공급기 등 고수온 대응 장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고수온으로 인해 양식업계의 피해가 우려되자 국회에서도 관련 대책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고수온 피해 어민 지원 확대를 비롯해 불합리한 규제 간소화, 연안자원관리에 대한 지방정부 자율권 확대 등을 주장했다.

이날 이 의원은 “기후 위기로 국내 해양 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불어닥치고 있지만 수산업은 1970년대, 1980년대 규제 중심에 머물러 있다”면서 “어업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대응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과거 해양 자료의 디지털화로 우리 바다의 100년간 수온 시계열이 완성됐으며, 이는 우리 바다에 대한 기후 변화 영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라면서 “해양수산·기후 변화 연구에 활용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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