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일 앞두고 유력 후보 피습… 미 대선판 ‘출렁’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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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자정 필요성 목소리
트럼프 ‘주먹’ 지지층 결집 효과
바이든 후보 사퇴 압박 주춤
양측 유불리 계산 예단 불가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공화당 유세 현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으로 아수라장이 돼 있다. AF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공화당 유세 현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으로 아수라장이 돼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유세 도중 피격당하면서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판세가 출렁인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암살 미수로 규정하면서 사태 이전과 이후 완전히 다른 정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현지 언론 등을 종합하면, 미국 정치권 전체에 자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서로를 향해 도를 넘은 비난을 퍼부어 온 증오와 분열의 정치가 극단으로 치달은 게 원인이라는 것이다. 조나단 털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정치전문매체 더힐 기고문에서 “분노의 시대인 현재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분노와 공포를 이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것이 그 대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장기적으로 대선 지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구체적 분석이나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과 관련한 사실들을 실시간 속보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통상 정치 테러를 당한 후보의 지지층이 결집해 온 만큼 가뜩이나 팬덤이 두터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공화당 당원들은 더욱 하나로 뭉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습 직후에도 유세 현장에 나온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TV 토론 이후 연일 ‘고령 리스크’ 논란으로 후보직 사퇴 압박을 받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조적인 이미지를 지지층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각인시킨 까닭이다.

실제로 이미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의 피 흘리는 사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총격 피해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 동정론으로 흐를 경우 아직 선출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중도층의 표심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국에서도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피습 당해, 선거 판세가 한나라당으로 급격히 기운 바 있다.

여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습 이틀 뒤 진행되는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이번 사건은 총선 약 3개월을 앞두고 우위를 점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일종의 영웅 서사 성격으로 전대 컨벤션 효과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폭발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잇따른 실수로 내홍을 거듭하는 민주당도 당분간은 주춤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으로 정국 이슈가 모두 빨려 들어가는 까닭이다.

일단은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며 정치 테러에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사건 발생 직후 곧바로 성명을 내놓은 데 이어 대국민 연설을 연달아 가지며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 “난 우리가 더 많은 정보를 기다리는 동안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유세에 있었던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향후 파장에 촉각을 바짝 세운 듯 주말을 보내기 위해 머물던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에서 백악관으로 조기 복귀하기로 했다.

하지만 용의자가 공화당원이란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이번 사건이 대선 국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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