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 한도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오를까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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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여야 모두 상향안 상정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오를 수도
예보료율 인상 우려 당국 신중론

지난해 새마을금고 건전성 우려로 인한 뱅크런 사태 당시 한 새마을금고에 붙은 게시물. 연합뉴스 지난해 새마을금고 건전성 우려로 인한 뱅크런 사태 당시 한 새마을금고에 붙은 게시물. 연합뉴스

5000만 원까지인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논의가 국회를 중심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는데 금융당국이 한도 상향에 ‘신중론’을 펴고 있는 점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과 국회 등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현재 2건 발의돼 있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의 개정안은 금융사 파산 등에 대비한 예금보험금의 지급 한도를 1억 원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5년마다 예금보험위원회 의결을 거쳐 업종별로 보험금 지급 한도를 정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은 시행령에서 5000만 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예금 보험금의 한도를 법률에 상향해 규정하고 국내총생산(GDP) 기준값을 반영해 1억 원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통상 ‘예금은 5000만 원까지 보호된다’로 시중에서 인식하는 보호 한도는 각 예금이 가입한 예금보험 보험금의 지급 한도를 의미한다.

5000만 원인 한도 상향의 필요성은 국민 소득 상승, 해외에 비해 한도가 낮은 점 등을 이유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제도는 2001년 1인당 국민 소득 규모를 고려해 5000만 원으로 정해진 뒤 24년째 그대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은행 예금을 기준으로 미국은 25만 달러(3억 4000만 원 상당), 일본은 1000만 엔(8600만 원 상당), 영국은 8만 5000파운드(1억 5000만 원 상당)의 한도를 두고 있다. 1인당 GDP 대비 은행업권의 보호 한도 비율을 따져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약 1.2배로 미국(3.1배), 영국(2.2배), 일본(2.1배) 등에 비해 낮다.

법률 개정을 통해 한도 상향이 가능하지만, 변수는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한도 상향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자 98%가량의 예금액이 5000만 원 이하다. 은행은 예금 보호를 위해 예금보험금을 내는데 2% 미만의 소수를 위해 예금 한도를 올리면 보험료율 인상 부담이 전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보호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금융사 예금 잔액의 일부를 보험료(예보료)로 걷는다. 현재 예보료율은 은행 0.08%, 저축은행 0.4%, 증권·보험 등 0.15%로 차등 적용 중인데 한도를 높이면 예보료율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금 한도 인상이 아닌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의 한도는 유지하되, 일반 은행 한도만 일부 올리는 차등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재정 부실 등을 이유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진 뒤 은행, 보험 등 업종 형태와 개별 상품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모든 금융사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의 보호 한도는 상향하고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의 한도는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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