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잇단 신경전, 행정통합 걸림돌 될까 디딤돌 될까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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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맑은 물 공급 두고 이견
부산항만공사 명칭 변경 갈등
두 지자체 각종 현안서 대립각
감정 싸움 번질 땐 통합 악영향
통합 필요 보여준 역설적 사례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17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미래 도약과 상생 발전을 위한 부산-경남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17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미래 도약과 상생 발전을 위한 부산-경남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와 경남도가 최근 낙동강 맑은 물 공급과 부산항만공사 명칭 변경을 둘러싸고 잇달아 신경전을 벌이면서 두 지자체가 추진 중인 행정통합에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양 시도가 오는 9월 행정통합안을 마련하고, 내년 3월 주민 여론조사에 나서는 등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이 문제가 양 지자체 간 감정 싸움으로 번질 경우 시도민들의 통합 여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과 경남 동부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발의 후 철회했던 ‘낙동강 유역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조만간 국회에 재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부산과 동부경남 지역(창원, 김해, 양산, 함안 등) 주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식수 취수원을 낙동강 본류에서 지류 등으로 옮기고, 사업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초 이 법안은 곽규택 의원 등 16명의 부산 지역 국회의원과 경남 동부권을 지역구로 둔 민홍철 김태호 김정호 허성무 의원 등 모두 20명의 국회의원 명의로 지난달 26일 발의했다. 하지만 양산을을 지역구로 둔 김태호 의원이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의원의 전 지역구인 합천·거창 지역 군민의 성토가 이어졌다. 결국 김 의원이 법안 제안자에서 이름을 빼기로 하면서 지난 2일 법안이 철회됐다. 이에 법안을 제안한 부산·경남 의원들은 김 의원을 제외하고 재발의에 나설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경남 창녕·합천·의령·거창 등을 중심으로 한 취수 지역 주민들은 농업 용수 확보 어려움 등을 이유로 특별법 폐기를 촉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낙동강 물 공급을 놓고 부산·경남 동부와 경남 중·서부 지역 간 충돌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남도 역시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주민 동의 없이 추진되는 특별법은 지역 물 분쟁만 확대시킬 것”이라며 특별법 재발의 반대를 못 박고 나섰다.

경남도가 최근 부산항만공사 명칭 변경과 항만위원 동수 추천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 역시 두 지자체 갈등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남도는 부산항 신항의 40%, 진해신항 전체가 경남 창원에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통해 관련법 발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과 경남이 지역 현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양 지자체 행정통합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두 지자체가 통합의 최우선 조건으로 주민 동의를 내세운 상황에서 각종 현안 소통과 조정력의 취약함을 드러내며 대립각을 세울 경우 통합에 대한 시·도민 저항감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낙동강 물 공급이나 항만공사 명칭 등은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이뤄질 경우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며 “양 지자체의 상생 협력과 공동 번영을 위해 조속한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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