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선수 기량 세계 최고… 팀 조직력으로 금 찔러야”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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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에 보내는 승전가
올림픽 D-7…펜싱
한우리 동의대학교 감독

고교 1학년부터 7년간 검 들어
유소년 국가대표, 시니어대회 출전
2011년부터 동의대 코치 시작

남자 사브르팀, 막강 공격력 자랑
팀워크 강화, 메달 부담 극복을
“선배들이 잘 이끌고 화합시켜야”

분위기 최고 여자 에페 '든든'
베테랑 선수 투입한 중국, 복병
“대회 때 소셜 미디어·뉴스 자제”

2011년부터 동의대학교 펜싱팀을 이끌고 있는 한우리 감독. 동의대 제공 2011년부터 동의대학교 펜싱팀을 이끌고 있는 한우리 감독. 동의대 제공

펜싱의 기원은 중세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 펜싱의 기초는 18세기 프랑스에서 확립됐다. 펜싱은 올림픽에서 자연스럽게 유럽 선수들의 메달 밭이 됐다. 이런 펜싱판을 향해 칼끝을 겨눈 ‘태극 검객’들이 21세기 들어 펜싱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김영호가 첫 금메달을 딴 이래 한국은 이 종목에서 금에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8개를 쓸어담았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펜싱에서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강을 넘어서 서구권의 선수들과도 자웅을 겨룬다. 수많은 펜싱 국가대표를 배출한 ‘펜싱 명문’ 동의대학교 펜싱팀 한우리(40) 감독도 “이번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은 모두 실력이 검증된 인물들이다”며 “단체전·개인전 모두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사브르·에페 단체전 주목

강원도 원주 출생의 한우리 감독은 고등학교 1학년인 2001년부터 검을 들었다. 이어 2004년 동의대 레저스포츠학과에 입학한 뒤 7년간 펜싱 선수로 뛰었다. 한 감독은 고교 시절 펜싱 유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아시아청소년대회에 나가 국제 경험을 쌓았다. 대학 시절에는 국제펜싱연맹 시니어대회에도 출전했다.

한 감독은 2011년부터 동의대 펜싱팀 코치를 시작으로 감독까지 올랐다.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 대회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구본길과 김준호를 지도하기도 했다. 동의대 펜싱팀은 2001년에 창단됐다. 긴 역사는 아니지만, 창단 이후 오은석과 구본길, 윤지수, 최수연, 이라진 등 출중한 국가대표를 배출할 정도로 국내 ‘펜싱계의 요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동의대는 특히 우수한 사브르 검객을 키워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 펜싱은 플뢰레와 에페, 사브르 세 종목으로 나뉜다. 플뢰레는 몸통만 찌를 수 있다. 반면 에페는 전신을 찌를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사브르는 플뢰레처럼 몸통을 타깃으로 하는 것에 더해 팔과 머리 등의 상체도 찌를 수 있다. 사브르만의 특이점이 있다면 찌르는 것에 더해 베기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비전문가가 맨눈으로 이 같은 차이점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선수들의 행동을 주시하면 펜싱의 세부 종목을 대강 파악할 수 있는 변칙적인 방법도 존재한다. 선수들이 공격을 주저하고 눈치를 본다면 에페 경기일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에페는 동시타의 경우 양 선수 모두 점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기회를 엿봐야 하는 게 유리하다. 반면 사브르는 시작하자마자 뛰어나가서 순식간에 공격하고 불이 들어오면 서로 소리를 지르며 자기 공격이라고 주장한다. 플뢰레는 경기 진행 속도가 에페와 사브르의 중간 정도로 보면 된다.

펜싱에는 모두 12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이번 파리 대회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과 여자 에페 단체전이 금메달을 노리는 종목으로 기대를 모은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는 오상욱과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이 출전하며, 여자 에페 단체전에는 송세라와 이혜인, 강영미, 최인정이 검을 휘두른다. 경기는 현지 시간으로 오는 27일 남자 사브르, 여자 에페를 시작해 29일까지 개인전이 개최된다. 이달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는 종목별 단체전이 이어진다.

한 감독은 “한국의 남자 사브르는 물론 여자 에페는 5~6년가량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변이 없는 한 이 두 분야는 물론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18일 동의대 펜싱장에서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한우리 감독. 동의대 제공 18일 동의대 펜싱장에서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한우리 감독. 동의대 제공

■유럽 텃세·중국 약진 극복해야

한국 남자 사브르팀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한다. 팀의 맏형인 구본길은 올림픽에 세 번 출전한 베테랑이다. 오상욱 또한 현재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며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사브르 단체전에서는 구본길과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따낸 경험이 있다. 오상욱은 또한 개인전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이기도 하다.

한 감독이 한 가지 우려하는 부분은 팀워크다. 박상원과 도경동이 이번에 남자 사브르팀에 새로 합류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세대 교체를 위해서는 4명의 선수가 한 몸이 돼 경기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감독은 “팀에 새로 들어 온 선수들은 올림픽 첫 출전 압박감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선배들이 이들을 잘 이끌고 후배들이 발 빠른 공격으로 치고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반면 한국 여자 에페팀은 실력은 물론 팀 분위기 또한 최상이라고 치켜세웠다. 우선 이 분야에 출전하는 선수 4명 모두 도쿄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멤버 그대로다. 특히 맏언니 최인정의 복귀는 팀을 하나로 잡아주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한 감독은 “지난달 쿠웨이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가서 여자팀의 하나 된 마음을 직접 확인했다”며 “상대 선수의 공세에 당황하지 않고 본인들의 제기량을 잘 발휘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올림픽은 유럽에서 열리기 때문에 펜싱 대표팀은 종주국 프랑스의 텃세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 중에서도 헝가리가 경계 대상이다. 남자 사브르의 경우 국제 대회 때 헝가리와 결승에서 조우하는 경우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또한 펜싱 강호로 급부상한 다크호스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펜싱이 최정상이지만, 여자 에페 선수들에게는 중국의 견제도 무시 못할 요소다. 한 감독은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를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자 에페팀은 결승전에서 중국을 만나 연장 접전 끝에 42-41로 간신히 이겼다. 중국에 끌려가던 경기를 부산시청 실업팀 ‘에이스’ 송세라가 뒤집어 극적으로 이뤄낸 승리였다.

한 감독은 “중국도 출중한 선수를 영입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며 “중국을 비롯해 펜싱 강호들이 모두 한국을 꺾기 위해 대표팀을 철저히 분석 중일 것이다. 여기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우리 펜싱 선수들을 위한 한 감독의 마지막 조언도 이어졌다. 그는 “메달 부담감보다 본인의 실력대로 경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면서 “올림픽 대회 기간에 소셜 미디어나 뉴스를 너무 많이 접하면 선수들의 기량과 정신력을 저해할 우려가 큰 만큼 훈련에만 전념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우리(맨 왼쪽) 감독과 동의대 펜싱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의대 제공 한우리(맨 왼쪽) 감독과 동의대 펜싱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의대 제공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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