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 참사 4년 지났는데...부산 지하차도 41곳 침수 사각지대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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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개 중 41개 진입차단시설 의무화 제외
전국 402곳 중 시설 설치된 곳 164곳 불과
"참사 예방 위해 전력 다해야"

지난 2020년 내린 폭우 때 차량에 갇힌 3명이 목숨을 잃었던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동구청 관계자들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 2020년 내린 폭우 때 차량에 갇힌 3명이 목숨을 잃었던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동구청 관계자들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 2020년 3명이 사망한 부산 초량제1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산 지하차도의 70% 이상이 진입차단시설 설치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부산 57개 지하차도 중 진입차단시설 설치 의무화 대상은 16곳에 불과하다. 전체 57개 중 41곳은 진입차단시설 설치와 무관하다는 의미이다. 진입차단시설은 지하차도 안에 물이 15cm 이상 차오르면 차량 진입을 자동으로 차단해 사고를 예방하는 장치다. 진입차단시설이 설치되지 않을 경우, 장마철 집중호우 시 빗물에 시야가 제한된 운전자가 지하차도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20년 7월 23일 부산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제1지하차도가 게릴라성 호우에 침수돼 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진입차단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차량은 줄줄이 지하차도로 진입했고, 급격하게 불어난 물에 빠져나오지 못해 비극적인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차량 통제가 늦어졌고, 자동차단시설이나 원격차단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 데 더해 배수시설 작동 또한 미흡했던 정황이 파악됐다.

지난해 7월 15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도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지하차도가 침수,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마철 지하차도 안전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진입차단시설 설치 대상인 전국 지하차도 402곳(국토교통부 소관 지하차도 제외) 가운데 실제로 시설이 구축된 곳은 164곳(40.5%)으로 집계됐다. 부산 초량 참사가 발생한 지 4년, 오송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 필요한 진입차단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지하차도가 238곳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하차도 995곳 가운데 402곳을 진입차단시설 설치 의무화 대상으로 지정하고,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올해 33곳에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했고, 연내에 99곳을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2025년 이후에는 지자체 예산 실정에 따라 남은 139곳에 대한 설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양부남 의원은 "이번 주부터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가 예보된 상태"라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참사 예방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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