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개팔자 상팔자!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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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개를 아껴서 애완견으로 불렀다. 애완(愛玩)은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긴다’는 말. 그런데 ‘완’이 ‘갖고 논다’는 뉘앙스를 가진, 그래서 동물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단어가 반려견이다. 여기서 반려(伴侶)는 ‘삶을 함께하는 자신의 반쪽’이라는 뜻이다. 부부에게나 쓰이던 말이 개에게까지 확장된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세태를 보면 개는 반려를 넘어 아예 상전이다. 산책하다 개가 걷기 싫은 티를 내면 주인은 바로 모시듯 가슴팍에 들어 안고 간다. 짖으며 대드는 개에게 발길질이라도 할라치면 동물학대죄가 먼저 떠올라 멈추게 된다. 개가 차 앞으로 갑자기 뛰어들어 부딪쳤는데, 견주가 개 치료비 700만 원을 요구했다는 하소연이 신문 지면에 소개되기도 했다. 개를 위한 카페와 호텔은 이미 시중에 흔하고, ‘개마카세’(개가 먹는 오마카세 요리) 레스토랑이 상당한 고가임에도 서울에서 성업 중이라고 한다.

그뿐인가. 개가 힘들까 봐 장거리 여행은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개가 아프면 사람보다 더 비싼 치료도 감수하며, 행여나 죽으면 전문 장례지도사의 염(殮)과 사람들의 조문을 받으며 납골당에 안치된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한 생명공학 기업은 개 전용 장수약을 개발해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선택받은 존재에게만 가능한 대접이다.

급기야 반려견이 불교 수행 자리에까지 함께한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일부 사찰에서 실시하는 ‘반려견 동반 템플스테이’다. 물론 사람 위주의 행사지만, 개도 승복에 염주를 착용하고서 예불이나 법회 등에 동반된다고 한다. 사람과 함께 수행의 도반이 된다고나 할까. 괜한 트집을 잡으려는 게 아니다. 배신을 밥 먹 듯하는 사람보다 개가 낫다고 하니, 그런 개라면 사람 이상의 대접을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도 ‘세상 참 많이 달라졌구나’하는 탄식이 나오는 것까진 어찌 할 수 없다.

불교 가르침에 육도윤회가 있다. 중생이 죽으면 생전의 행보에 따라 지옥도·아귀도·축생도·수라도·인간도·천상도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가르침이다. 개가 속한 축생도는 인간도보다 두 단계나 아래다. 축생도에서 중생은 엄청난 덕을 쌓아야 다음에 겨우 인간으로 태어날까 말까다. 하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다음 생에는 사람보다 개로 태어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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