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연출가 5인 5색의 가능성… 부산 무대 ‘내일은 맑음’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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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청년연출가 지원사업
20일 시민회관 ‘쇼케이스’ 실시
5개 후보작 모두 완성도 높아
'최우수 연출가'에 한정현 선정

한정현 연출가 '바다에 뿌리 내린' 무대 장면. 부산문화재단 제공 한정현 연출가 '바다에 뿌리 내린' 무대 장면. 부산문화재단 제공

부산문화재단은 22일 올해 지역 청년연출가 지원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한정현 연출가를 선정했다. 이번 지원사업에서는 한 연출가를 포함해 5명의 후보 연출가 모두가 각각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어 지역 예술의 성장 기대감을 높였다. 우수 작품을 찾지 못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지 않았던 지난해와 비교해 고무적인 일이다.

부산문화재단이 매년 실시하는 지역 청년연출가 지원사업은 사전 심사를 통과한 청년 연출가에게 쇼케이스 준비 비용을 지원하고, 최우수 연출가로 선정된 연출가 1명에게 5000만 원의 공연 제작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우수 연출작은 당해 중 본공연을 선보여야 한다. 2014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이 사업을 통해 지금껏 ‘1976 할란카운티’(2018), ‘나는 독립군이 아니다’(2019), ‘오랜 기억’(2021년)등 9편의 작품이 제작됐다.

올해 쇼케이스는 지난 20일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8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쇼케이스에선 연극,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가 선보였다. 국립창극단 유은선 예술감독, 경성대 음악학부 김원명 교수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작품의 예술성, 연출력, 발전 가능성 등을 냉철하게 평가했다.


허석민 연출가 '죽음 그리고 탄생' 무대 장면. 부산문화재단 제공 허석민 연출가 '죽음 그리고 탄생' 무대 장면. 부산문화재단 제공

쇼케이스 무대는 허석민 연출가의 연극 ‘죽음 그리고 탄생’으로 문을 열었다. 주어진 공연 시간은 단 20분. 무대 앞에 설치된 타이머가 긴장감을 더했다. 허 연출가는 기계와 공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된 인간이, 생존을 위해 기존 질서를 뒤엎는다는 무대를 준비했다.

인간에게 필요한 한 줌의 빛조차 기계에 통제당하는 ‘디스토피아’를 표현하기 위해 조명을 활용한 연출을 선보였다. 허 연출가는 “사람과 사람의 공존은 이제 당연하고 기계나 다른 것들과도 공존해야 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본공연에서는 기계와 인간이 대화하고, 영상을 활용한 무대를 준비해 연극 공연과 영화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최유경 연출가의 ‘우리는 모두 도로시다’는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기 본연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공부 스트레스에 지친 학생, 소심한 직장인 등은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작품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영향을 받았다. 무언극, 무용 등을 접목한 공연에 셀로판지 등으로 제작한 소품을 활용했다. 최 연출가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완벽을 추구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고통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완벽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아름 연출가의 ‘환상 수레’는 ‘넌버벌 퍼포먼스’ 장르를 표방했다. 이야기가 나오는 수레를 끄는 할머니와 꼬마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스토리다. 그림자극으로 관객의 눈길을 끌고 하늘에서 대형 우산이 내려오는 등 소품에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삶의 모습을 무용으로 표현한 이연정 연출가의 ‘궤 - 선과 연’도 눈길을 끌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졌다가도 개인의 선택에 따라 조금씩 모습이 달라지는 삶의 형태를 몸짓으로 표현했다.

최우수 연출작품의 영예는 한정현 연출가의 ‘바다에 뿌리 내린’에게 돌아갔다. 뮤지컬 ‘바다에 뿌리 내린’은 마지막 남은 생명의 땅 해저도시 아틀란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의상부터, 음악, 소품까지 언제든지 공연으로 선보일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줘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았다. 이날 쇼케이스 무대에서는 5개의 넘버를 선보였다. 음악적 요소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일부 심사위원의 우려가 있었지만 기존 뮤지컬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작품 수준이 좋았다는 평가다.

한 연출가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지만 인간이 지구의 미래에 대해 선택하는 게 많다. 과연 인간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게 맞는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공연에 들어가는 넘버 16개는 이미 작곡이 완료됐고 제작 지원비를 받는다면 실제로 무대에 극 중 배경인 돔을 세우는 것을 구상 중이다. 자부담까지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본공연에서는 제대로 된 무대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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