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50만 원 들고 겁없이 창업… 깡으로 꿈 이뤄" 정종태 (주)성원기업 대표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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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창업, 매출 540억 성장
인력난 등 중소기업 어려움 커
기업 정책, 유연성·융통성 필요
아동 돕기 등 꾸준한 봉사활동도

정종태 (주)성원기업 대표가 부산 강서구 본사에서 꿈을 이룬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 정종태 (주)성원기업 대표가 부산 강서구 본사에서 꿈을 이룬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

“가족이 모두 모여 살고 밥걱정 안 하게 해 주세요.”

젊은 세대는 드라마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소원을 가슴에 품고 자수성가를 이뤘다. 정종태 (주)성원기업 대표는 어린 시절을 ‘지독한 배고픔’으로 회상했다. 초등학교 때는 육성회비를 제때 못 내 몇 년간 학교를 쉬기도 했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밀가루 죽으로 근근이 끼니를 때웠다. 주경야독하며 야간 공고와 야간대를 나왔다. 영양실조와 과로로 쓰러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간절한 꿈을 꾸며 ‘깡’으로 버텼다.

정 대표는 1992년 150만 원을 손에 쥐고 창업해, 2023년 기준 매출액 540억 원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밸브, 배관자재, 선박의장품 등 조선기자재와 해양플랜트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성원기업은 올해 부산시 전략산업(미래모빌리티 산업) 선도기업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1977년에 조선공사에 입사했어요. 직장 생활은 평탄했지만, 형제들 다 잘살게 해 주겠다는 다짐을 이룰 수 없겠더라고요. 겁 없이 창업한 거죠. 무식이 용감이라고, 어음이 뭔지도 몰랐어요. 금융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서 거래처에 부도가 나면 꼼짝을 못 해요. 자신감만 갖고 시작했던 터라 모든 게 벽에 부딪쳤죠.”

엔지니어 출신이라 기술은 자신 있었다. 소기업과 중소기업에 취직해 영업과 경영 실무를 몸으로 배웠다. 창업 후엔 두 차례 연쇄 부도를 맞았지만 이겨 냈다. “옛날 얘기지만 사업하려면 일감, 사람, 돈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채용하면 되고 돈은 없으면 빌리면 돼요. 그런데 일은 빌릴 수가 없잖아요. 신용이 있어야 일을 맡겨 줍니다. 부도 위기 때 채권자와 은행, 거래처가 저를 신뢰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원기업은 없어요.”

2019~2021년 이노비즈협회 부울지회장을 맡았던 정 대표는 중소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경영인은 만물박사가 돼야 합니다. 노동법,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형법, 민법, 세법 다 알아야 해요. 전문가를 쓴다고 하더라도 대응에 한계가 있어요. 기업 관련 규제나 정책이 예스와 노로 단순하게 나눠지는 건 잘못이에요. 경우의 수가 많으니 융통성과 유연성을 줘야 합니다.”

현장에서 겪는 인력난도 심각하다. “일할 사람이 없어요. 임금이 한없이 올라가고요. 동종 업계끼리 사람 빼가기도 흔해요. 예전에는 대학에서 우리 학생 좀 써 주세요, 하고 찾아왔는데 이제는 학교에 요구해도 일하려는 학생이 없대요. 외국인 노동자도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정작 관련 정책은 중소기업에서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요.”

정 대표는 “기업인이 기업 활동을 잘하는 게 사회에 대한 책무”라며 “대신 사회가 여건을 조성해 주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삶’이 무엇인지 잘 아는 정 대표는 “힘겨운 삶을 사는 사람은 없는지 주위를 보게 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사)희망을 여는 사람들’의 고문을 맡고 있다. 이사장과 후원이사회 회장도 지냈다.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등 법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찾아서 돕고 있어요. 단순한 물질 지원에 그치지 않고요.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모아서 일 대 일 결연을 통해 학습 지도를 해 줍니다. 놀이공원도 가고 박물관 견학도 함께하죠. 두드림교복센터라고 나눔받은 교복을 아주 저렴하게 팔고 있기도 하고요. 교복 사업은 대기업에서 벤치마킹하기도 했죠.”

2021년 진행했던 ‘꿈을 펼쳐라’ 공모전은 아이들에게 ‘동기 부여’를 선물했다. “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상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부산시, 부산일보, 부산은행 후원으로 글·그림 등 분야별로 공모해 시상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 있더라고요.”

정 대표는 국내 최대 베트남 친선 민간 모임인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베트남의 고엽제 환자와 가족이 사는 마을에 성금을 전달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가정에는 새집을 지어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보호하고 돕는 게 사람 사는 사회 아니겠어요? 돈을 주는 봉사도 좋지만 공감하고 동행하는 게 필요합니다. 단 5분이라도 함께해 보면 마음이 우러나서 봉사의 기운이 돋아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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