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두 개항 도시의 '미래' 이야기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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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충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복합리조트 잇단 개장 인천 영종도
세계적 바이오 단지 송도국제도시
'유령 공원' 북항 1단계 부지와 대비
투자 선순환 고리 서둘러 찾아야

신화 속의 동물인 페가수스를 해부학적으로 연출해 화제가 된 데미안 허스트의 ‘골든 레전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으로 시작된 예술 기행은 경이로웠다. 무려 2700여 점이나 된다는 예술 작품을 다 구경하는 것은 처음부터 엄두가 나지 않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아니라,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개장한 호텔 파라다이스시티의 얘기다. 세계적인 예술가의 시그니처 작품을 찾는 재미를 미술관이 아니라 호텔에서, 그것도 무료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지난해에는 뱅크시, 키스 해링, 바스키아 등 이름만 열거해도 숨이 차는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 이곳에 전시됐다.

격한 감동을 억누르며 인근의 인스파이어로 걸음을 옮겼다. 파라다이스시티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건설된 건축물 곳곳에서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25m 높이로 무려 150m나 이어진 회랑 ‘오로라’의 초대형 미디어 아트, 156개 LED 패널이 순차적으로 조작되는 키네틱 샹들리에 ‘로툰다’는 하루 종일 걷는 동안에도 지칠 틈조차 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웅장했고 볼거리가 넘쳤다. 인천 영종도는 두 복합리조트의 개장으로 완전히 딴 세상이 됐고,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2017년 4월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세가사미홀딩스와 1조 3000억 원을 투자해서 개장한 복합리조트다. 또 다른 복합리조트인 인스파이어는 총 4단계로 부지를 개발하는데, 지난 3월 개장한 1단계에만 2조 원 이상이 투자됐다. 인스파이어는 호텔과 쇼핑몰, 공연장, 컨벤션 센터, 카지노 등으로 구성된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다. 미국 모히건 그룹이 투자했다. 무려 1만 5000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 ‘아레나’, 최대 3000명을 수용하는 컨벤션 홀은 부럽다 못해서 화가 났다. 그곳에서 세계적인 스타들이 ‘만석 공연’을 가졌고, 아이돌 가수 태민은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퍼포먼스로 아레나를 새로운 공연 성지로 만들었다.

영종도를 둘러보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착잡했다. 인천국제공항과 가덕신공항이 대비됐고, 세계적 바이오 단지를 유치한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텅 빈’ 부산 북항이 얄밉게 비교됐다. 개항 148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부산항 북항은 1단계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됐고, 부산시로 이관된 공원과 도로가 지난해 11월 개방됐다. 하지만 수로 관리권은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가 가진 까닭에 종합 관리·운영에 한계가 있다. 랜드마크 부지 공모는 2차례나 유찰됐다. 건설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하나, 수익성 부족이 더 큰 이유로 지적된다.

북항이 송도국제도시처럼 활성화하려면 얼마나 더 긴 세월이 필요할까. 10년, 아니면 30년. 그것이 어쩌면 두 개항 도시의 ‘미래 격차’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간 투자 빌딩이 솟구쳐 오를 때까지 공공 부지를 중심으로 관리와 운영의 ‘묘미’라도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 욕구와 아이디어를 선제적으로 끌어모으는 작업과 거버넌스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북항에서 가족과 함께 느긋하게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부산시 기획처럼 찾아가는 영화관이나 힐링 버스킹을 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재개발에만 2조 4000억 원의 국가 예산을 들인 ‘귀한’ 땅을 그런 용도로만 이용하는 것은 ‘글로벌 허브도시’를 부르짖는 부산이 취할 정책은 아닌 것 같다. 외국 관광객 4000여 명을 실은 크루즈선 4척이 한꺼번에 북항을 찾아도 부산 마케팅을 ‘유효하게’ 못한 것도 결국 북항을 비즈니스 땅으로 보지 못한 안목 부족 탓이라고 생각한다. 북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그것이 민간 투자, 특히 외국인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찾아야 한다. 투자가 이뤄질 때까지 마냥 ‘꽃밭 공원’으로만 두는 것은 어리석다 못해서 안타깝다. 내부 역량이 부족하다면, 제대로 된 식견과 안목을 수렴하기 위해서라도 ‘세계해양포럼’과 같은 국제적인 북항 포럼을 준비할 필요도 있다.

인천은 재외 동포 기업의 투자에 일찍 눈을 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이민(하와이 이민)이 인천항에서 이뤄졌다는 ‘역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홍보하면서 지난해 재외동포청을 인천에 유치했다. 올해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미국과 유럽을 돌아다니며 ‘한상’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세계한인무역단지를 유치하고 세계적인 마이스 시설, 글로벌 창업 센터도 구축하겠다는 이른바 ‘유정복 이니셔티브(구상)’를 내놨다.

북항이 ‘유령 공원’으로 전락하는 것은 더 이상 부산 시민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choong@busan.com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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