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공격보다 구애 ‘진풍경’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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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후보 1차 토론회서 화기애애
치열한 공방 대신 상대 추켜세워

최하위 득표 분산 선호투표제 영향
판세 ‘오리무중’에 연대 모색 분석
수면 아래 진흙탕 싸움 치열 관측도

이재성, 박성현, 최택용, 변성완(왼쪽부터)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후보가 20일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이재성, 박성현, 최택용, 변성완(왼쪽부터)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후보가 20일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4명의 후보가 나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이 이번 주 진행된다.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레이스는 상대 후보와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는 손을 맞잡는 전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선호투표제가 새롭게 도입되면서 상대 후보 지지층의 2순위 표를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1일 지역 야권에 따르면, 민주당 부산시당은 차기 시당위원장 선출을 위한 제1차 정기 당원대회를 일주일 앞둔 지난 20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시당위원장 후보 100분 토론을 가졌다. 이재성, 박성현, 최택용, 변성완(기호순) 후보는 이 자리에서 신임 부산시당위원장의 적임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부산 민주당에서는 자기 소개와 공통 질문 뒤에 이어진 주도권 토론 시간에 4대 1의 경쟁률을 증명하는 치열한 공방을 예상했으나 이는 빗나갔다.

차기 부산시장 도전이나 구체적인 공약 실행 계획, 짧은 정치 경력 등에 대해서는 다소 날카로운 질문이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상대방의 공약에 적극 공감한다는 취지를 밝히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각 후보 지지자가 뒤섞인 방청객에서도 박수와 웃음이 중간중간 쏟아졌다. 일반적인 토론회와는 달리 즉석 공통 질문으로 상대 후보를 칭찬해달라는 요청이 채택되기도 했다.

훈훈한 분위기는 장외로도 이어졌다. 변 후보는 토론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경쟁자들을 향해 “혹여 토론 중 저의 가시 돋친 발언에 마음을 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글을 올렸으며, 박 후보는 “하나로 모아지는 부산 민주당의 양명한 기운을 보고 100분 내내 좋았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후보들의 ‘신사협정’은 선거 기간 내내 이어지는 중이다. 앞서 지난 16일 변 후보의 생일에 맞춰 최 후보는 페이스북에 “모진 동생들 만나서 고생이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고, 박성현 후보는 이재성 후보의 유튜브에 공동 출연해 연대의 뉘앙스를 물씬 풍겼다.

이처럼 역대 최다 후보가 나온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이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건 예측할 수 없는 판세와 선거 방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유력 주자로 거론돼 온 최인호 전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1강 구도가 와해됐다. 네 사람 모두 경력이나 계파 등을 감안하면 비슷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 이번 선거는 투표 용지에 1명을 기표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 전원의 선호 순위를 기재하는’ 선호투표제로 진행된다. 최고 득표자가 과반이 안되면 최하위 득표자의 차순위 선호 표를 나머지 후보자 득표에 더해 승자를 가르는 방식이다. 현실적으로 1차에서 과반이 나오기 힘든 만큼 상대 후보의 지지자들로부터도 최대한 호감을 끌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부산 민주당 관계자는 “자신의 집토끼를 결집하는 동시에 산토끼에게도 미끼를 던져 표를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치 양극화가 심화된 작금의 상황에 선호투표제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가 오는 24일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투표와 27일 대의원 투표 전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한 정치권 인사는 “선호투표제를 감안하면 후보 본인이 직접 상대 후보를 향해 공격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이에 수면 아래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치열한 마타도어가 오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당원 간, 계파 간 감정의 골은 이전에 비해 더욱 깊어졌다는 토로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위원장은 “그래도 과거에는 우리는 한 팀이라는 이유 때문에 지켜지는 선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이마저도 없다. 국민의힘 진영과의 싸움보다 더욱 힘든 시간이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편 2차 토론회는 23일 오후 7시 부산시당 민주홀에서 진행된다. 토론회는 부산시당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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