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궁사들… 최고 컨디션·정신력으로 싹쓸이 노려야” [태극전사에 보내는 승전가]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태극전사에 보내는 승전가] 올림픽 D-1…양궁
신성근 부산 사상구청 감독

초등 5학년부터 활시위 당겨
제66회 전국체전 3관왕 위업
25년간 지도자 길 ‘뚜벅뚜벅’

개인·단체·혼성 석권 자신감
임시현·김우진 금메달 정조준
“항저우 2관왕 이우석도 기대”

한국 지도자 영입한 상대 팀
선수층 두터운 중국 위협적
“잘 자고 평소대로 훈련해야”

부산 사상구청 양궁팀 신성근 감독이 최근 선수들과 양궁 훈련을 마친 뒤 과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성근 감독 제공 부산 사상구청 양궁팀 신성근 감독이 최근 선수들과 양궁 훈련을 마친 뒤 과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성근 감독 제공

올림픽에서 양궁은 한국의 변치 않는 ‘효자 종목’이다. 역대 올림픽 때 양궁에서 거둔 메달 수만 살펴봐도 한국 양궁의 뛰어난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1972년 뮌헨 대회부터 수여된 금메달 45개 중 과반인 27개는 우리 대표팀이 차지했다. 1988년 서울 대회를 비롯해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12년 런던에서도 금메달 3개를 획득했다. 특히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남녀 개인·단체전 전 종목 석권이라는 위업을 일궈 냈다. 2020년 도쿄 대회에서 신설된 혼성 단체전 금메달 또한 한국의 몫이었다. 이 때문에 올해 파리 대회에서도 양궁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만하다.

부산 사상구청 양궁팀을 이끄는 신성근(55) 감독은 “이변이 없는 한 한국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딸 것이다”며 “남녀 개인전까지 싹쓸이를 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고 말했다.


■한국 양궁, 싹쓸이까지 넘본다


신성근 감독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80년부터 활을 쏘았다. 그가 양궁을 시작한 계기는 다소 특별하다. 당시에는 양궁을 ‘궁도’라고 불렀다. 신 감독은 반에서 체육을 잘하는 편이었다. 하루는 궁도 선수 2명을 선발한다는 공문이 학교에 전달돼 담임 교사가 신 감독을 추천했다. 그런데 담임 교사와 신 감독 모두 궁도를 검도로 잘못 알고 있었다. 그는 “그때는 궁도가 무엇인지 통 알 수가 없었다”면서 “결과적으로 검을 잡을 줄 알았는데 활을 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신 감독은 1985년 10월 강원도 일대에서 열린 제66회 전국체전에 출전해 양궁 3관왕에 올랐다. 그는 이듬해 전국체전에서도 양궁 2관왕을 차지했다. 신 감독은 1999년에 부산체고 양궁부를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어 2018년부터는 부산 사상구청 양궁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현재 사상구청 양궁팀에는 선수 3명이 뛰고 있다.

사상구청 양궁팀은 2014년에 창단됐지만, 짧은 기간 내 우수한 성적을 내 양궁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상구청의 김하준은 지난달 3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수원시월드컵주경기장에서 열린 2024 아시아컵 3차 대회 남자 개인전과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에 출전해 3관왕을 거머쥐었다. 김하준은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올림픽에는 나서지 못한다.

신 감독은 “한국 양궁의 위상을 고려하면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게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기보다 어렵다”며 “남자 국가대표 8명 중에서도 3명만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다”면서 치열한 경쟁 환경을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는 홍승진 감독의 지휘 아래 남자 양궁 대표팀으로 김우진(청주시청)과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이 출전한다. 여자 대표팀은 임시현(한국체대)과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으로 구성됐다. 양궁에는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단체전을 포함해 모두 5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대표팀은 금메달 3개 이상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신 감독도 금메달 3개는 획득은 무난할 것으로 봤다.

신 감독은 특히 한국 여자 양궁의 에이스, 임시현과 남자 양궁 최강자, 김우진이 믿음직하다고 치켜세웠다. 임시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7년 만에 대회 개인전, 단체전, 혼성단체전을 휩쓸며 우승했다. 올해도 월드컵 1차와 2차 대회에서 잇따라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임시현은 전훈영, 남수현과 함께 여자 단체전 10연패에도 도전한다.

김우진은 올림픽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다. 세계선수권에서만 금메달을 아홉 개 목에 걸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2020 도쿄 대회에서 남자 단체전 2연패에도 일조했다. 김우진은 이번에는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모두 따내겠다는 각오다. 양궁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파리의 옛 군사시설인 앵발리드다. 개막식 전날인 25일(현지시간) 예선 라운드를 치르고, 28일 여자 단체전, 29일 남자 단체전, 7월 2일 혼성전, 3일 여자 개인전, 4일 남자 개인전 결승이 열린다.

신 감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를 딴 이우석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며 “25일 열리는 남녀 랭킹라운드 1위에 혼성단체전 출전 자격을 주기 때문에 남녀 대표팀 중 누가 1위를 할지도 관심사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청 양궁팀 신성근(맨 오른쪽) 감독이 훈련을 마친 선수들과 과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성근 감독 제공 부산 사상구청 양궁팀 신성근(맨 오른쪽) 감독이 훈련을 마친 선수들과 과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성근 감독 제공

■대표팀 vs 한국 양궁 지도자?

양궁 경기는 세트제로 진행된다. 개인전에는 3발 5세트, 단체전에는 6발 4세트, 혼성단체전에는 4발 4세트다. 한 세트를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획득해 세트 점수 합산으로 승자를 가린다. 신 감독은 남녀 대표팀이 단체전 최강자에 군림할 것으로 자신했다. 전통적으로 한국이 단체전에 강한 이유가 있다. 한국 양궁 선수들의 기량이 세계 최강이기 때문에 한 명이 실수를 하거나 낮은 점수를 쏘아도 다른 선수가 이를 충분이 따라잡았다는 게 신 감독의 설명이다.

다만 전 종목 석권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남녀 개인전에서도 금빛 과녁을 뚫어야 한다. 신 감독은 “최근에는 외국 선수들의 양궁 실력도 많이 향상돼 활을 잘 쏘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면서 “개인전에서 우리 선수의 순간적인 실수로 활을 잘못 쏠 때는 단체전만큼 만회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양궁에서 대표팀의 경계 1순위 국가로 중국을 지목했다. 인구 대국인 중국은 양궁 선수층도 두껍다. 최근 대만과 인도, 말레이시아 등의 선전도 대표팀에게 반갑지 않다. 공교롭게도 중국 양궁팀은 권용학 감독, 인도는 백웅기 감독, 말레이시아는 이재영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혔다. 한국의 ‘선진 양궁’ 전파가 태극 궁사들이 올림픽에서 마주할 위협 요소가 된 셈이다.

홈팀 프랑스 양궁팀 또한 오선택 전 한국 대표팀 총감독을 영입했다. 여기에 더해 경기장에서 불규칙적으로 부는 바람과 홈팀의 텃세도 대표팀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경기장 주변 환경을 이미 염두에 둔 훈련을 충분히 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부는 바람은 모든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공평하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바람이 부는 환경 속에 활을 쏘는 특훈을 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또 “홈 관중들이 고의로 내는 소음이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도 관중을 초청해 실제 올림픽 양궁장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고, 대표팀은 이런 환경 속에서 활을 쏘았다”며 우리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대표팀은 지난달 29일에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축구 관중들의 소음 속에서도 활 시위를 당겼다.

신 감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선수들에게는 대회 당일까지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정신력을 가다듬는 게 메달 획득의 최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찌뿌듯하다거나 전날 먹은 음식이 소화가 잘 되지 않을 경우 경기가 어렵게 진행될 우려가 있다”면서 “잠을 푹 자고 평소대로 본인의 훈련에 매진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다”고 확신했다.



2019년 10월에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신성근(맨 왼쪽) 감독이 부산 사상구청 양궁팀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 신성근 감독 제공 2019년 10월에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신성근(맨 왼쪽) 감독이 부산 사상구청 양궁팀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 신성근 감독 제공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