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남긴 김 여사 대면조사…검찰發 악재 불러오나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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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검찰 조사 통해 김 여사 의혹 일단락 기대
'검찰총장 패싱' 논란 불거지면서 공정성 시비 불붙어
대통령실 "검찰 내부의 문제인 듯" 거리두는 모습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는 검찰발(發) 대형 악재가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 조사를 통해 그동안 김 여사에게 씌워졌던 각종 의혹들을 정리하고 대통령실 주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여권의 기대와는 달리 검찰 내부의 갈등 상황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22일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총장은 이날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고 언급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수뇌부와 수사팀을 간접적으로 겨냥했다.

이 총장은 그간 김 여사 소환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지 않도록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청사로 소환해야 함을 수사팀에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제 조사 과정에서 검찰총장이 사실상 '패싱' 당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총장이 곧바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임기를 지킬 것'이라는 의지를 밝혀 당장에는 파장이 확산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난 5월 검찰 수뇌부 인사에서 '친윤'(친윤석열) 검사들이 요직에 대거 발탁되고, 현 정부와 관련된 수사를 맡은 간부들은 좌천성 승진을 하는 등 인사 파동이 다시 한번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당시 무리한 인사를 단행한 배경에 김 여사 사건을 매끄럽게 처리하겠다는 여권 핵심의 의중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장은 2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경위를 보고받았다. 이 총장은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가 관리하는 부속 청사에서 조사한 점에 대해서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총장의 수사 지휘권 배제 상태를 고려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의 부인 소환조사라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대검에 조사 일정조차 사전에 보고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조사는 대통령실과의 면밀한 조율을 거쳐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총장의 이같은 언급은 사실상 '용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실도 겉으로는 김 여사 조사와 관련, '입장이 없다'고 하면서도 이 총장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조사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 총장의 발언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이건 검찰 내부의 문제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이 대통령실과는 관계 없는 검찰 조직 내부의 이견과 대립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비공개 조사를 받은 것이 특혜라는 주장에는 "현직 대통령 부인이 검찰에 소환돼 대면 조사를 받은 것은 전례가 없다"며 "특혜라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재차 밝혔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그동안 드러난 사실관계를 공개하는 등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총장과 서울중앙지검의 충돌로 오히려 김 여사 관련 사건에 대한 처분이 미뤄지면서 또다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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