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 후폭풍’ 증시·가상자산 대혼돈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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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주·이차전지주 등 급락
코스피, 트럼프 리스크 직격탄
해리스 부통령 뜨자 주가 술렁
국내 마리화나 관련주 급등도

코스피는 22일 전장보다 31.95포인트(1.14%) 내린 2763.51에 장을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는 22일 전장보다 31.95포인트(1.14%) 내린 2763.51에 장을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직 사퇴로 국내 증시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에 빠졌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이후 ‘트럼프 수혜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다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변동성이 커지는 등 미국 대선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2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95포인트 내린 2763.51에 마감했다. 지난 13일 트럼프 피습 이후 코스피는 2860.92에서 2763.51로 4일째 하락하고 있다. 코스피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시총이 높은 반도체주와 이차전지주 중심의 하락이다. 트럼프 피격 이후 오는 11월 치러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증시에서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딩’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며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국내 증시에선 원전, 방산, 우크라이나 재건주 등이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를 폐기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대표적인 전기차 반대파 정치인으로 꼽힌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조항을 일부 수정해 대출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 직간접적으로 지원 규모 축소 의사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이차전지, 반도체 중심의 국내 증시가 ‘트럼프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는 형국이 됐다.

트럼프 피격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향후 증시를 두고 전망도 엇갈린다. 가장 먼저 미국 대선이 트럼프 대세론에서 접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트럼프 수혜주의 단기 조정 국면을 예상하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1순위인 해리스 부통령이 현재 바이든 정부 인사인 만큼 ‘바이드노믹스’를 이어가는 만큼 반도체, 이차전지, 친환경주의 반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유력한 민주당 주자로 떠오르면서 마리화나 관련주들이 국내 시장에서 급등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 의원 시절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지난주를 기점으로 트럼프 트레이드가 정점을 통과했고 당분간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민주당 새 후보, 카멀라 해리스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지난주 급락세를 보였던 반도체, IT,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의 바이든 행정부 수혜주들이 당분간 반등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기적으로 봤을 땐 다시 ‘트럼프 트레이드’로 돌아온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한 뒤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하면서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지만, 트럼프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 가격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받으며 출렁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 소식에 장 중 6만 6000달러(한화 약 9160만 원)까지 하락하는 등 급락을 보였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전일 대비 1.09% 상승한 6만 7551달러를 나타내며 소폭 반등했다.

비트코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이후 차기 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이 떠오르면서 상승했다. 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해리스 부통령이 강력하지 않은 상대라고 판단해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비트코인 가격은 가상자산 산업에 친화적 행보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승리 전망에 상승했다.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을 60%대, 해리스 부통령은 20%대 후반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소식에 밈(Meme·유행성) 코인도 들썩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관련 밈 코인 보덴(BODEN)은 40% 이상 급락했다. 해리스 부통령 밈 코인 카말라 호리스(Kamala Horris)와 가빈 누섬(Gabin Noosum)은 각각 50%, 115% 이상 급등했다. 트럼프 코인 도랜드 트렘프(Doland Tremp)는 24% 뛰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은 미국 대선 직전에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고, 지금도 그 과정”이라며 “당분간 시장에 방어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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