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 서핑… 젊은 층 모으는 ‘힙한 불교’ 부산에도 뜬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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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낙산사 ‘서핑 템플스테이’
미혼 남녀 소개 ‘나는 절로’ 열어
공주 마곡사 등서도 행사 개최
부산선 내달 뉴진스님 디제잉
범어사도 프로그램 추진 의향

지난 6월 충남 공주 마곡사와 한국문화연수원 등에서 진행된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 참가자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제공 지난 6월 충남 공주 마곡사와 한국문화연수원 등에서 진행된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 참가자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제공

고즈넉한 사찰에서 잠든 뒤 파도를 타러 바다로 간다. 청춘 남녀가 스님뿐 아니라 님을 찾아 절로 모인다. 디제잉을 하는 ‘뉴진스님’ 등이 ‘힙한 종교’로 만든 불교가 ‘연애’와 ‘서핑’ 등을 접목해 더욱 장벽을 낮추고 있다. 종교보다 문화 체험 콘텐츠로 불교에 접근하는 젊은 세대도 많아지는 모양새다.

강원도 양양 낙산사는 올여름 2박 3일 ‘서핑 템플스테이’를 다음 달 25일까지 11차례 운영한다. 동해가 보이는 낙산사에서 ‘파도 명상’을 하고, 파도를 타는 서핑을 통해 마음을 되돌아보려 한다. 20~30대 등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을 포함한 가족까지 매번 60명씩 신청을 받는데, 7월 모든 회차와 8월 일부 주말은 예약이 마감됐다. 낙산사가 양양 서핑 명소인 ‘서피비치’와 업무협약을 맺고 새로운 시도에 나선 덕이다.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서 이름을 딴 ‘나는 절로’도 재개된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칠월칠석에 낙산사로 30대 미혼남녀가 모인다. 다음 달 8~9일 마음이 맞는 이성을 찾게 되고, 참가자 20명을 선정하기 위해 이달 26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서울에 사는 A(36) 씨는 “부산으로 휴가를 가려다 절에서 쉬면서 인연도 찾을 수 있단 생각에 정성 들여 신청서를 쓰려 한다”고 밝혔다.

엄숙함이 느껴졌던 불교에 20~30대 등 젊은 세대 관심이 올해 부쩍 많아졌다. ‘전자 댄스 음악(EDM)’을 앞세운 뉴진스님이 불교에 대한 장벽을 낮췄다면, ‘소개팅’과 ‘서핑’ 등이 포함된 템플스테이는 자연스레 불교를 체험하게 만들었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종교 신자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이후 접근성을 높인 다양한 불교 프로그램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응은 계속 뜨거웠다. 지난달 충남 공주 마곡사 등에서 열린 ‘나는 절로’ 4기에 248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8 대 1을 넘었다. 부처님오신날이 있던 지난 5월엔 부산과 서울 거리를 행진하는 연등회뿐 아니라 헤르만 헤세 소설 ‘싯다르타’가 주목받기도 했다.

부산·울산·경남은 색다른 행사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불교를 새롭게 접할 기회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부산국제불교박람회가 다음 달 8~11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다. 뉴진스님이 부산 무대에 처음 오르며 명상이나 법문 등을 체험할 장이 펼쳐진다. 이달 28일까지 사전 등록을 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나는 절로’처럼 틀을 깨는 다양한 행사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울산·경남은 불교 신자 비율이 높고, 범어사와 통도사 등 주요 사찰도 많다. ‘나는 절로’를 주최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관계자는 “전국으로 확대해 추진할 계획”이라며 “부울경 사찰이 요청하면 자문이나 협업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핑 업계에서도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해운대구서핑협회 신성재 고문은 “사찰 제안이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부산 사찰들도 다양한 프로그램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범어사 교무국장인 석산스님은 “불교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새로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의향이 있다”며 “소개팅, 서핑 등을 접목한 점이 괜찮은 듯해 어떻게 진행하는지 알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달 부산 홍법사에서 전국대학생불교연합회 동문회가 열렸는데 범어사가 대학생들 크루즈 탑승 비용을 지원했다”며 “청년들에게 열려있는 마음이라 새로운 행사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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