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술 상향 평준화…토너먼트 초반 완승으로 체력 아껴야”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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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에 보내는 승전가
올림픽 D-2…유도
조준호 MBC 해설위원

부산체고 졸업 지역 출신 스타
런던 올림픽 66kg급 동 따내
오심 극복한 강한 투지 아이콘
은퇴 후 코치·해설위원 등 활약

한국 유도, 무관 끊고 부활 노려
세계선수권 우승 김민종·허미미
시드 유리…‘금 3’ 목표 달성 선봉

안바울·이준환·김하윤도 기대
홈팀 프랑스 경계 대상 1순위
“즐기는 태도로 긴장 조절해야”

조준호 해설위원이 MBC에서 파리 올림픽 유도 종목 중계에 나선다. 조준호 해설위원 제공 조준호 해설위원이 MBC에서 파리 올림픽 유도 종목 중계에 나선다. 조준호 해설위원 제공

벌써 12년 전이다. 한국 유도 선수가 올림픽 시상대 최상단에 마지막으로 올랐던 시절이다. 과거 한국은 세계 유도계를 호령한 강호였다. 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만 11개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종목 가운데 세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효자 종목’ 유도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잇따른 ‘노골드’로 수모를 겪었다. 차기 대회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았다. 도쿄 대회 이후 김성민(100kg 이상급)·조구함(100kg급)·안창림(73kg급) 등 남자 유도 체급별 간판선수들이 줄줄이 은퇴하면서 전력이 약화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파리 올림픽 전초전 성격의 대회에서 한국 유도는 역대 가장 저조한 성적(금 1·은 2·동 5)을 거뒀다.

하지만 희망적인 면도 있다. 기존 선수들이 떠난 자리에서 유망주들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내다본 셈이다. 한국 유도의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김민종(남자 100kg 이상급)·허미미(여자 57kg급) 등 신인급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다. 한국 유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차세대 거물’들을 앞세워 12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조준호(35) 해설위원은 지난 22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유도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결과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선수들이 지금까지의 노력을 믿고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선다면 충분히 메달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조 해설위원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유도 스타다. 은퇴 이후 코치와 방송인,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MBC에서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는다.

선수 시절 조준호 해설위원이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유도 66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판정승을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 시절 조준호 해설위원이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유도 66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판정승을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급 신인 앞세워 ‘금 3’ 도전

선수 시절 조 해설위원은 꺾이지 않는 투지의 아이콘이었다. 런던 올림픽 66kg급 8강전에서 조 해설위원은 에비누마 마사시(일본)를 상대했다. 연장전 끝에 심판 3명은 만장일치로 조 해설위원의 판정승을 선언했다. 하지만 곧 후안 카를로스 바르코스 심판위원장이 판정을 번복하면서 조 해설위원은 패배했다. 지금도 유도 역사에서 오심 논란이 붙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랜 노력이 부정당한 순간에도 조 해설위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패자부활전과 3-4위전에 나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조 해설위원이 보여준 집념과 패기는 지금도 팬들에게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이후 현역에서 은퇴한 조 해설위원은 지도자로 변신했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여자 대표팀 코치로 참가했다.

파리 올림픽에는 개인전 14개 체급(남녀 각 7개씩)과 혼성 단체전 1개를 포함해 금메달 총 15개가 걸렸다. 한국 유도는 남자 73·100kg급, 여자 70kg급을 제외한 체급에 11명이 출전해 최소 금메달 1개, 최대 3개 획득을 목표로 세웠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유도가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선수는 김민종과 허미미다. 김민종은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국가대표로 뽑힌 지 1년 만이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 16강전에서 탈락했지만 이후 출전한 주요 대회에서 입상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올해 5월 아부다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량이 절정에 올랐다는 평가다. 한국 유도가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최중량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건 1985년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9년 만이었다.

허미미도 같은 대회 여자 57kg급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세계 랭킹 2위와 1위 선수를 준결승·결승에서 잇따라 격파하며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허미미는 동급 경쟁 선수들보다 체력과 힘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출신으로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펼치고 있다.

대진운도 이들의 메달 도전에 힘을 실어준다. 두 선수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덕분에 이번 올림픽에서 유리한 시드를 배정받았다. 김민종은 강력한 우승 후보 테디 리네르(프랑스)를 준결승까지 상대하지 않는다. 리네르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수집한 최정상급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세계 랭킹 2위 이날 타쇼예프(러시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 등으로 불참하는 것도 김민종에겐 호재다. 허미미도 해당 체급 최강자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결승 이전까지 피할 수 있다. 조 해설위원은 “두 선수의 기량은 이미 세계선수권에서 입증됐다”며 “토너먼트 초반 경기를 순조롭게 풀어내 얼마나 체력을 아낀 상태로 결승에 나서는지가 메달 색깔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호 해설위원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여자 유도 대표팀 코치로 참가했다. 조준호 해설위원 제공 조준호 해설위원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여자 유도 대표팀 코치로 참가했다. 조준호 해설위원 제공

오심 등 변수도 대비를

안바울(남자 66kg급)·이준환(남자 81kg급)·김하윤(여자 78kg 이상급)도 메달 기대주다. 한때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안바울은 리우데자네이루와 도쿄 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동메달을 획득한 실력자다.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지난해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동메달을 딴 이준환도 국가대표 선발 2년 만에 자신의 세계 랭킹을 3위까지 끌어 올리며 급성장했다. 부산 출신 유도 천재로 이름을 떨쳤던 김하윤도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도쿄 올림픽 출전에 실패한 뒤 절치부심하며 훈련에 몰두한 결과 전보다 기량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다.

이번 대회에서 개최국 프랑스는 경계 대상 1호다. 프랑스는 역대 올림픽 유도에서 일본에 이어 2번째로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전 체급에 강자들이 포진했다. 홈 관중의 압도적인 응원을 등에 업는다는 이점도 있다. 유도에 뒤따르는 고질적인 판정 시비도 변수다. 불리한 판정이 내려진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경기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도 선수들에게 과제다. 조 해설위원은 “전통의 라이벌인 일본만이 아니라 프랑스도 분석하고 견제해야 한다”며 “오심 등 경기력 외적인 변수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멘탈을 관리할지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 자체를 즐기는 태도로 긴장감을 조절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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