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날리고 기둥 부서지고’ 진주 최대 전통시장 어쩌나?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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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4년 개설된 지역 대표 전통시장
대화재 이후 1967년 집합건물 건설
노후화·석면 등 안전 우려…개선 난항
수선충당금 부족에 소유주 연락 안돼

진주중앙시장 전경. 도심지 중심에 위치한 지역 대표 전통시장이지만 최근 노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진주중앙시장 전경. 도심지 중심에 위치한 지역 대표 전통시장이지만 최근 노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진주중앙시장은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의 이용객이 방문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진주중앙시장은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의 이용객이 방문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을 대표하는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인 진주중앙시장이 최근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벽면과 기둥 곳곳이 부서진 데다 일부 구간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석면 가루가 검출됐다. 하루 2000명 넘는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개보수가 시급하지만 당장 개선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23일 진주중앙시장상인회와 진주시상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진주중앙시장이 처음 개설된 건 1884년도다. 당시만 해도 진주시가 남부 중심도시다 보니 전국 팔도의 특산물이 몰렸고, 자연스레 유동 인구가 많은 진주 중심가에 장이 섰다. 이후 일제 강점기 때 공설시장으로 바뀌었으며, 1930년대에는 이용도와 규모 면에서 전국 시장 가운데 5위를 기록할 정도로 번성했다.

현재 중앙시장 건물은 1967년도에 세워졌다. 1966년 1월 대화재로 인해 시장 전체가 불에 탔고 당시 국·도비 등이 투입돼 집합건물 형태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진주시 소유의 공공건물로 운영되다 1971년부터 시장 부지를 개인에게 매각하면서 민영화가 이뤄졌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져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쳐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지역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현재 400여 점포와 60여 노점이 운영 중이다.

1966년 대화재 이후 진주중앙시장 재건 모습. 당시 국·도비 등이 대거 투입돼 집합건물 형태로 준공됐다. 진주중앙시장상인회 제공 1966년 대화재 이후 진주중앙시장 재건 모습. 당시 국·도비 등이 대거 투입돼 집합건물 형태로 준공됐다. 진주중앙시장상인회 제공

문제는 지어진 지 60년 가까이 지나면서 시장 건물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현재 곳곳에 건물 외벽이 갈라지고 철근이 드러난 상태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은 부서지고 뒤틀렸고, 한쪽 계단은 받침대가 부서져 아예 폐쇄됐다. 그렇지 않아도 노후화된 건물인데 지난 2017년 포항 지진 여파까지 겹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파손됐다.

한 상인은 “이곳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건물이 위험하지 않았는데 포항 지진 이후에 상황이 변했다. 일부 점포는 천장이 내려앉았다. 말을 하지 않지만 대부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부 구간은 석면 위협에 노출된 상태다. 시장상인회는 지난달 시장 내 어시장 지붕 등에 대해 석면 검사를 진행했다. 진주중앙시장은 현재 구역별로 개보수나 현대화 사업이 진행됐지만, 어시장만큼은 아직 슬레이트 지붕 아래에서 장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어시장 지붕 2곳과 벽면, 천장 등 4개 지점에서 고형 시료를 채취해 석면 분석에 나선 것이다.

진주중앙시장의 한 점포 모습. 천장과 벽면이 내려 앉은 모습이다. 김현우 기자 진주중앙시장의 한 점포 모습. 천장과 벽면이 내려 앉은 모습이다. 김현우 기자
진주중앙시장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뒤쪽 받침대가 부서져 폐쇄된 상태다. 김현우 기자 진주중앙시장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뒤쪽 받침대가 부서져 폐쇄된 상태다. 김현우 기자

석면은 머리카락의 1/5000 굵기의 섬유상 물질로, 바람에 날려 호흡기에 침투한다. 폐섬유증·폐암·악성 중피종 등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칭이 붙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조사 결과는 지붕 2곳의 표면에는 각각 백석면 함유량이 14%와 13%, 벽면은 14%, 천장은 4%로 나타났다. 법정 허용치가 1%인 점을 고려하면 심각하게 고농도인 셈이다.

상인회 관계자는 “가장 최근에 석면 검사를 했는데 백석면이 생각보다 많이 검출됐다. 시장 상인들도 있지만 고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보니 걱정이 많이 된다. 최대한 빨리 시설 개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시설 개보수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어시장 천장의 백석면 함유량은 14% 안팎으로 확인됐다. 법정 허용치가 1%인 점을 고려하면 심각하게 고농도인 셈이다. 김현우 기자 어시장 천장의 백석면 함유량은 14% 안팎으로 확인됐다. 법정 허용치가 1%인 점을 고려하면 심각하게 고농도인 셈이다. 김현우 기자
진주중앙시장 어시장은 169개 구획으로 분할돼 있는데, 현재 소유주 26%는 연락이 닿질 않고 있다. 소유주 동의를 받지 못하다 보니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현우 기자 진주중앙시장 어시장은 169개 구획으로 분할돼 있는데, 현재 소유주 26%는 연락이 닿질 않고 있다. 소유주 동의를 받지 못하다 보니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현우 기자

시설 전반을 고치려면 수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 상인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상인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워낙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수선충당금까지는 운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석면 철거도 어렵다. 진주중앙시장 어시장은 총 169개 구획으로 분할돼 있다. 건축허가를 내려면 소유주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소유주 26% 정도는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진주시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소유주를 찾아주는 행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 개보수를 위한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인회 관계자는 “각자 점포를 수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집합건물 전체의 문제다. 모두가 영세하다 보니 당장 상인들에게 많은 돈을 거둬 수리하기는 어렵다. 시간이 필요한데 건물 노후화가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다. 당장 큰 사고라도 날지 걱정된다. 시장은 어느 정도 공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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