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르게 성장하는 아이들 보며 기부의 가치 깨달아” 고봉민 (주)케이비엠 대표
2010년 본보에 맛집 기사 나와
소개해 준 초록우산에 기부
지금까지 5억 1000만 원 전달
그린노블 부산후원회장 취임
“더 좋은 어른 되고 싶어”
2010년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기 직전 고봉민 (주)케이비엠 대표를 남구 용호동 김밥집에서 처음 만나 맛집 기사를 썼다. 여러 단련의 과정을 거친 뒤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는 고 대표를 다시 만났다. 꼭 14년 만이었다. 고 대표는 지난 4일 초록우산 그린노블클럽 부산후원회장에 취임했다.
“누가 물어봐도 처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어준 건 부산일보 기사였다고 얘기해요.”
고 대표는 2010년 매월 10만 원 기부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모두 5억 1000만 원을 초록우산에 기부했다. 고봉민김밥은 전국 500호가량의 가맹점을 가진 전국 대표 김밥 체인이다. 그 시작은 용호동의 작은 김밥 가게였다.
“부산일보에 처음 기사가 나간 그날부터 사람들이 신문을 들고 찾아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절반은 손님, 절반은 프랜차이즈를 내고 싶다는 사람들이었어요.” 처음 부산일보 기자에게 맛집 제보(?)를 한 사람이 초록우산의 한 직원이었다는 걸 알게 됐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초록우산에 기부를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조용히 기부만 하던 그에게 ‘나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계기가 된 만남이 있었다.
“2018년 산타원정대 행사였던 걸로 기억해요. 김인석 당시 후원회장님을 비롯한 여러 기부자들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 나가기 전과 후의 제 인생이 너무나도 달라졌어요. 김 회장님을 뵙고 진정한 어른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자리에 있었던 분들을 통해 사람을 만나 좋은 에너지를 얻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눈이 확 뜨였죠. 사업하는 사람에겐 시간이 돈이잖아요.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제가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았어요.”
사실 고봉민김밥과 관계 맺은 여러 거래처가 있지만, 고 대표는 물론 고 대표의 남편 한석균 대표도 거래처로부터 명절 때 선물 하나 받지 않을 정도로 업무, 사람에 있어 선을 지켜왔다. 그런 자세 덕분인지 고봉민김밥 가맹본부 케이비엠은 지난해 공정거래조정원이 선정한 상생협력 우수 가맹본부 6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 대표는 법적 분쟁, 악성 루머 등으로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뺏기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러다 사람이 주는 ‘선한 에너지’를 알게 됐고, 그 때부터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번 후원회장 취임식에서도 고 대표와 인연이 있는 이들 상당수가 그린노블클럽에 들어왔다. 그린노블클럽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고액기부자 모임으로 현재까지 부산에는 103명의 회원이 있다.
“특별히 기부를 하라 마라 주변에 권하는 건 없어요. 초록우산에 기부를 하니 돈이 이렇게 가치 있게 쓰일 수 있구나를 알게 되고, 바르게 성장하는 아이들 보면서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얘기하고 있어요. 또 좋은 일이 생기면 기부하겠다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기원하면 현실로 이뤄질 때가 많았어요. 정말 마법 같죠. 그런 얘기를 주변에 가끔 할 뿐이에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고 대표는 지난 5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자신의 이름이 브랜드인 삶을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 만나면 우리가 아는 그 고봉민 맞느냐고. 남자가 아니고 여자였네요 얘기부터 하는데요. 브랜드명에 이름이 들어가니 여러 대가를 치르기도 해요. 앞으로 초록우산 부산후원회장이 되면 기준이 더 엄격해지겠죠. 중앙선 침범도 못해요 이제.(하하)” 그는 이런 높아진 잣대를,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거쳐야할 통과의례인 것처럼 기꺼이 받아들이는 듯 했다.
그는 이전 회장인 채창일 후원회장이 그린노블의 전성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하며, 채 회장이 만든 전성기를 이어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며 몸을 낮췄다.
“14년 동안 기부를 해오며 느낀 건, 적게 부담 없이 시작하되 성장하면서 기부금을 늘리다 보면 그 정도 기부금을 낼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돼 있다는 거예요. 마음의 부적 같은 이 진리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적게라도 시작하시면 돼요.”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