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가덕신공항의 당위성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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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에 들어설 국제공항인 가덕신공항. 부산·울산·경남 등 남부권 지역민의 숙원이다. 이들은 여행과 업무차 해외로 나갈 경우 멀리 떨어진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느라 수도권 주민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을 길에 뿌리는 손실을 입고 있어서다.

반면 서울 지역 언론을 포함한 수도권은 가덕신공항 조성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입을 대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좁은 국토에 인천공항이면 충분한데, 또 다른 대규모 국제공항이 왜 필요하냐고. 가덕신공항 반대 입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안전 등에 문제가 있는 김해국제공항을 대체하려는 가덕신공항 건설과 관련, ‘고추나 멸치 말리는 공항’이 될 거라고 조롱한 지 오래다. 여객 수요가 적어 제 역할을 못하고 상당수 시설을 놀리는 청주·무안·양양국제공항을 예로 들며 김해공항과 가덕신공항을 폄하하기 일쑤다.

근래 서울 언론사들의 가덕신공항 비판이 또다시 나온다. 최근 공항 부지 조성공사 건설사 입찰이 두 차례 무산되고 오는 31일 3차 입찰을 앞둔 게 계기다. 공사기간이 촉박해졌다는 우려 제기는 이해된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마당에 굳이 2029년 말 개항 계획에 쫓겨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은 공법 문제와 안전 측면에서 논란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심한 부산에 건설비와 공항 유지비가 엄청난 신공항을 지으면 안 된다고 사업 백지화를 부추기는 서울 쪽 주장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다시 불거진 가덕신공항 무용론은 김해공항 실상을 모르거나 악의적으로 외면한 트집이다. 지방에 사는 국민의 이익과 편의는 안중에도 없이 수도권 초과밀이란 기형적 국가 구조를 낳은 수도권 중심주의에 매몰된 생각이다. 사실 김해공항은 몇 안 되는 흑자공항이다. 국내선 수요가 매우 많은 데다 국제선도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지금도 대형 항공기 투입이 요구되는 중장거리 해외 노선 수요가 상당하다.

김해공항은 상황이 이런데도 비좁고 낡아 이용객의 불편이 크다. 포화상태인 공항의 확장과 시설 보강이 시급했으나 삼면이 산지에 둘러싸인 지형 특성상 한계가 있다. 2002년 129명이 숨진 돗대산 중국 여객기 추락참사가 증명하듯 항공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상존하지만, 산들을 깎는 데 막대한 예산이 들어 쉽지 않다. 게다가 군사공항이어서 야간 민항기 운항에 제약이 많다. 이 밖에도 지역균형발전 촉진 등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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