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표 기수, 올림픽 도전장…“말과 혼연일체 연기로 메달 수확” [파리 빛낼 태극전사]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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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빛낼 태극전사] 승마 황영식

아시안게임 2차례 2관왕 쾌거
우여곡절 끝 국내 유일 출전권

황영식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우승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황영식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우승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황영식(대한승마협회)은 파리 올림픽 승마 종목의 유일한 한국 선수다. 극적으로 파리행 티켓을 따낸 황영식은 마장마술 개인전에 출전한다. 아시안게임에서 이미 두 차례 우승한 황영식으로서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기량을 입증할 기회다.

황영식은 일찌감치 한국 승마의 기대주로 불렸다. 고교생 시절부터 국내 대회를 휩쓸었고, 졸업 후 승마 강국 독일에서 유학했다. 황영식은 광저우(2010년)·인천(2014년)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연달아 2관왕에 올랐다. 특히 광저우 대회는 당시 20살에 불과했던 황영식이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였다.

황영식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출전권을 따낸 건 처음이 아니다. 황영식은 2021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변수가 됐다. 국제승마협회(FEI)는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들에게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출전권을 재확인하기 위해 최소 한 차례 일정 등급 이상의 대회에서 기준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황영식은 당시 체류하고 있던 유럽 현지에 말 전염병이 확산하면서 대회에 나설 수 없었다. 결국 황영식의 첫 올림픽 출전도 무산됐다.

황영식의 이번 올림픽 출전기도 파란만장했다. 황영식은 국가대표 선수단 가운데 파리행이 마지막으로 확정된 선수다. 애초 팔레스타인에 출전권이 배정됐는데, 자격을 충족한 선수가 없어 ‘티켓’이 남았다. 이 티켓은 결국 황영식에게 돌아갔다. 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선수 가운데 황영식의 랭킹 포인트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세계 승마의 중심 유럽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며 랭킹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은 결실이다.

마장마술은 ‘승마의 발레’라 불린다. 기수와 말이 길이 60m, 너비 20m의 경기장을 정해진 경로로 따라가면서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겨루는 경기다.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심판 5명이 기수와 말의 연기를 평가한다. 기수와 말의 교감이 특히 중요하다. 정해진 동작을 더 절도 있고 우아하게 수행하는 말과 기수가 높은 점수를 받는다.

황영식은 오는 30일부터 경기에 나선다. 현실적으로 메달권 진입은 쉽지 않다. 승마는 유럽 선수들이 전통적으로 강세다. 아시아는 변방으로 분류된다. 출전 선수 60명 중 아시아 국가 소속은 황영식을 비롯해 3명뿐이다. 하지만 참가에만 의의를 두는 건 아니다. 세계 랭킹 138위 황영식이 펼치는 무대 수준에 따라 한국은 물론 아시아 승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황영식은 “아시아에서 온 선수가 큰 무대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통해 독일이나 유럽과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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