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돼지국밥에 미친 남자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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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근 테이스티키친 대표

부동산업계서 식음료 전향
‘부산 돼국라면’영향력 확대
새로운 브랜드도 준비 중
“지역색 담은 글로벌 기업 꿈”

테이스티키친 정의근 대표는 “지역의 ‘헤리티지’를 담아내는 세계적인 F&B 기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테이스티키친 정의근 대표는 “지역의 ‘헤리티지’를 담아내는 세계적인 F&B 기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돼지국밥 세련미에 미쳐 버린 남자’. 그는 스스로를 ‘돼세미남’이라 부른다. ‘부산 돼지국밥 라면(이하 돼국라면)’을 만든 테이스티키친 정의근(40) 대표의 이야기다.

부동산 상가 중개를 전문적으로 해 오던 그가 F&B(식음료)의 세계로 뛰어든 건 2022년부터다.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새로운 길을 고민하게 됐다. 상가를 채우는 것은 결국 콘텐츠고, 그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F&B 사업이라는 결론에 닿게 됐다. 수많은 F&B 아이템 중, 그가 선택한 것은 ‘돼지국밥 라면’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돼지국밥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고기국수가 있고 일본에는 돈코츠 라멘이 있는데, 왜 부산은 돼지국밥을 밥으로만 먹어야 하나 생각했어요. 돼지국밥집에 사리를 말아먹듯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라면과 접목해 보자 생각했죠.”

돼지국밥 라면을 만들기 위해 그는 우선 돼지국밥을 파고들었다. 정 대표는 “맛있는 돼지국밥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필요할 것 같아서 100그릇을 먹는 것부터 시작했다”면서 “국밥을 먹고 그에 대한 분석을 SNS와 블로그에 올렸는데 점차 응원해 주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식품 제조 경험이 전무했던 터라 처음에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경험도 자금도 인맥도 직원도 없었던 정 대표는 포털사이트에 ‘라면 OEM 업체’ 검색을 해가며 첫걸음을 뗐다. 발품을 팔아가며 수없는 테스트를 거쳤고, 그 모든 과정을 SNS에 공유했다. 그의 집념과 열정은 초기 투자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첫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1600만 원을 달성했다. 여기에 공모전 등을 통해 마련한 사업자금을 보태서 결국 돼국라면을 세상에 내놨다.

“당시에 SNS로 돼국라면이 출시되는 과정을 지켜본 분들이 많았어요. 이러다 말 줄 알았는데 끝까지 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하는 분들도 계셨고, 비건이셨는데도 제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원해 주신 분도 계셨어요.”

그는 판로도 스스로 개척했다. 정 대표는 “제품이 나오기 전부터 관광기념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가서 영업을 했다”면서 “부산 관광기념품 10선에도 선정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그의 노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국구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손품과 발품을 모두 팔았다. “저는 기업에 손 편지를 써서 메일을 보내요. 한 번 보내서 반응이 없으면 또 보내고, 또 보내고요.” 손 편지에는 그의 성장 스토리와 그 기업과 협업해야 하는 이유 등을 담는다. 편지의 마지막에는 ‘글로만 판단하지 말고, 만나서 설명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부탁한다’는 당부를 남긴다. 정 대표는 “일단 직접 만나서 미팅을 한 곳들은 대부분 다 성사됐다”고 말했다. 그 비결에 대해서는 “만나면 될 때까지 한다”고 귀띔했다.

집요함의 결과로 무인양품 ‘전국 라면열전’에 부산라면 대표로 참가했고, 배달의민족 수도권 지역 B마트에 입점하며 본격적으로 리테일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최근 CU 편의점이 운영하는 ‘라면 도서관’에도 입점했다. 정 대표는 “최근 편의점 유통 담당자를 통해서 라면 업계의 대기업과도 협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돼국라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F&B 브랜드도 준비 중이다. 정 대표는 “전문 셰프와 함께 상상 이상의 곰탕 매장을 준비 중”이라면서 “새로운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 말했다.

그의 꿈은 지역의 ‘헤리티지’를 담아내는 세계적인 F&B 기업을 만드는 것. “모두가 안 된다고 했을 때 나 자신조차도 나를 믿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고 투자할 것인지 생각해요. 될 때까지 두드리는 노력과 열정, 자기 자신을 믿는 강한 확신이 있으니 큰 꿈을 꿔봐도 되지 않을까요?” 그의 목표가 마냥 허황돼 보이지는 않는 이유다.


글·사진=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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