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로 질주하는 PM… 견인 조례 있어도 단속은 ‘0건’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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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60대 보행자 사망에도
광안리 킥보드 ‘아찔 운행’ 여전
수영구 조례 제정 후 견인 전무
구청 “경찰과 주행 단속 논의 중”

부산수영구청 전경 부산수영구청 전경

부산 수영구 주민 김을용(81) 씨는 최근 아찔한 사고를 당할 뻔했다. 지난 15일 광안리 해변테마거리에서 걷고 있던 중 전동 킥보드가 김 씨 바로 옆을 위험하게 지나친 것이다. 고령에 거동도 불편한 터라 전동 킥보드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쉽사리 피하지 못해 큰 사고가 날 뻔했다. 김 씨는 “평소에도 광안리해수욕장에 쉬러 오는데, 전동 킥보드가 보행로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무서울 때가 많다”며 “이대로 문제를 방치하면 큰 사고가 발생할 것 같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보행로에서 전동 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M)를 타는 일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부산에서는 수영구청이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보행 안전을 도모하겠다며 선제적으로 PM 통행 제한 고시 등 단속 근거를 마련했지만, 실질적인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불법 주차된 PM을 단속할 근거인 '견인 조례'를 만들고도 이후 단속 실적이 0건에 그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PM은 원동기장치자전거(배기량 125cc 이하 이륜차, 125cc 이하 원동기를 단 차)로 분류된다. PM 운전자는 자전거 도로나 차도 우측 가장자리에서만 통행할 수 있어 일반 보행로를 달리면 불법이다.

그러나 PM 운전자들은 여전히 보행로 위를 달리는 일이 빈번하다. 더구나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거나 두 명이 기기 하나에 탑승하는 등 부적절한 이용 행태도 보이고 있다. 보행자 등 시민들은 사고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경기 고양시 한 공원에서 산책 중이던 60대 여성이 전동 킥보드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사고를 낸 전동 킥보드에는 고등학생 2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속 25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PM에 부딪힐 경우 큰 부상이나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다.

부산의 경우 수영구청이 보행자를 보호하겠다며 이달 조례 개정을 통해 PM 견인 제도를 도입했다. 보행로에 주차된 PM을 견인할 수 있는 행정 권한을 명시한 것이다. 수영구청은 앞서 2021년에도 고시를 통해 광안리 해변테마거리 1.5km에 대해 PM 통행을 제한한다고 지정한 바 있다. 이 또한 안전사고 예방이 취지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영구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PM 견인 건수는 전무하다. 수영구청은 또 광안리 해변테마거리 PM 주행 단속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탓인지 평소에도 광안리해수욕장 보행로 곳곳에는 전동 킥보드 등 PM이 주차된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 흔하다. 수영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돼도 업체가 1시간 이내에 치우면 견인하지 않기에 건수가 없는 것”이라며 “PM 보행로 주행 단속에 대해서는 경찰과 논의 중이다”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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