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 여야 충돌… 방송 장악 논란에 정치 편향 ‘공방’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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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후보 인사청문회, 첨예한 대립각
MBC 시절 노조 탄압 의혹 등 갑론을박
과거 발언 거론 사퇴 압박엔 “사퇴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왼쪽)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게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왼쪽)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게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방송 장악’ 논란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 후보자가 박정희 정권의 광고 탄압을 똑같이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면서 사퇴를 압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언론 자유에는 노동조합 등으로부터의 자유도 포함된다”며 노조에 의한 방송 장악을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자 “자연인으로 활동할 때의 글”이라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MBC와 관련한 질의가 쏟아졌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22년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과 관련 MBC를 응징해 달라며 “광고를 주지 않는 등 방법은 많다”고 한 것을 비판했다. 이 의원이 “50년 전 박정희 정권의 언론 탄압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이 후보자는 “이런 방법도 있다고 열거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MBC 현 상황에 대해 “노조가 중요한 결정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언론노조가 주도적인 회사(MBC) 내 세력으로 되면서 정치성이 굉장히 강화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언론 자유는 언론 조직 내의 노동조합이라든지 내부 압력으로부터의 자유가 지켜져야 한다”면서 “방송법에는 ‘공영방송’이라는 단어가 안 나온다. 공영방송의 개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 현 2인 체제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국회에 (책임이)있다고 말씀을 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참으로 안타깝다. 22대 국회 개원한 지가 두 달이 됐는데 그동안에라도 야당이 2명의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을 했다면 5인 체제가 완성됐을 것”이라며 “야당 쪽에서 한시바삐 2명의 상임위원을 추천해 주시고 여당에서도 한 명을 더 추천해 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레거시 미디어 간 규제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며 “OTT 때문에 국내 VOD(주문형비디오) 매출이 20% 정도 감소했다.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등 비대칭적 손해를 (국내 업계가)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대전MBC 사장 재직 시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업무상 목적 외에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단 1만 원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과거 ‘암살’ ‘기생충’ 등의 영화를 ‘좌파 영화’로 규정한 데 대해 비판이 나오자 “(이 영화들이)문제라고 말한 적 없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 발언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에 “소셜미디어에 올린 많은 글은 정당인이나 자연인으로 활동할 때의 글”이라며 “공직에 들어간다면 그 부분은 철저히 중립성을 갖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신청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불출석하면서 그 사유에 대해 “증인 출석 요청 사유가 이 후보자와 무관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방송 장악 블랙리스트, MBC 정상화 전략 추진방안 보고서 등이 출석 요청 사유로 기재된 데 대해 “인사청문회가 공직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인 점에 비춰볼 때 이 후보자와 무관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방위는 불출석한 증인들에 대해 추후 고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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