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부산 깨운 기습 물폭탄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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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시간당 강수량 83.6mm
영도 누적 강수량 150mm 넘어
북쪽 차가운 공기 예상 밖 남하
기상청도 예측 못 한 ‘극한 호우’
신평동서 고립된 80대 구조 등
주택·도로 침수 피해 신고 쇄도

24일 오전 1시께 부산 사하구 괴정동의 한 상가건물에서 침수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배수작업을 진행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24일 오전 1시께 부산 사하구 괴정동의 한 상가건물에서 침수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배수작업을 진행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하늘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줄 알았어요.”

24일 새벽 시간대 부산에 150mm ‘물 폭탄’이 떨어졌다. 이날 오전 1~2시 부산의 시간당 강수량이 83.6mm에 달할 정도로 부산 시민은 갑작스러운 ‘극한 호우’를 겪어야 했다. 돌풍에 천둥·번개까지 동반한 폭우에 밤잠을 설친 부산 시민이 많았다. 기상청조차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질지 예상 못 했다.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오전 10시 10분 기준 전날 자정부터 내린 누적 강수량이 부산 영도 166.8mm, 경남 창원 진해 112.5mm, 거제 양지암 81.5mm, 함안 41.0mm를 기록했다. 밤사이 누적 강수량을 알 수 있는 오전 6시 10분 기준 부산 영도의 누적 강수량은 150.5mm였다.

문제는 이번 비가 기상청의 예상 밖이었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지난 23일 오후 10시 20분 예보에서만 해도 24일 새벽까지 부울경 지역에 5~20mm의 비가 가끔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2시간 뒤인 이날 0시 20분 돌풍과 천둥·번개 동반한 강한 비를 조심해야 한다고 예보를 바꿨다.

이어 0시 45분 부산 중부·서부, 경남 창원에 호우 주의보를 발효했고, 오전 1시를 기점으로 부산 동부까지 범위를 넓혀 부산 전역에 호우 주의보를 내렸다. 30분 뒤인 오전 1시 30분에는 부산 전체에 호우 경보를 내려 특보를 확대 발표했다.

호우 주의보는 3시간 누적 강수량이 60mm 이상 또는 12시간 누적 강수량이 110mm 이상이 예상될 때 발효하고, 호우 경보는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mm 이상 또는 12시간 누적 강수량이 180mm 이상이 예상될 때 발효한다. 24일 새벽에는 30분 사이 예상 강수량이 변할 정도로 호우 변동성이 컸고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졌다는 뜻이다. 부산의 경우 오전 1시 1분부터 1시간 동안 내린 강수량만 83.6mm에 달했다.

밤사이 ‘극한 호우’의 원인은 기상청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북쪽의 차가운 공기대가 남하했기 때문이다.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당초 북쪽의 차가운 공기대가 중부 지방에 머물며 비를 뿌릴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남하했다”면서 “태풍 ‘개미’가 북상하면서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을 부울경 지역으로 밀어 올려 따뜻한 남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북쪽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대를 만나 예상보다 많은 비를 뿌렸다”고 말했다.

피해도 속출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인명 구조 1건을 포함해 모두 4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1시 34분 부산 사하구 신평동 한 주택에서는 폭우로 집안 내부에 물이 80cm 높이로 차올라 이 집에 살던 80대 남성이 고립됐다가 119에 의해 구조됐다. 오전 2시 6분에는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서 하수구가 역류해 소방 당국이 출동했고 비슷한 시각 아미동에서도 주택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외에도 주택, 건물, 상가에서 침수됐다는 신고가 16건 들어와 소방본부가 긴급 지원에 나섰다. 하수구 역류 등 안전조치도 33건에 달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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