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뿐이던 공익변호사, 1명 떠나고 1명은 연말까지만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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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변호사 소멸 위기 부산

시민단체서 근무하던 1호 변호사
처우 등 열악해 타 지역으로 떠나
최근 5년 버티던 이현우 변호사
과로로 건강에 무리 와 하차 준비
뜻있는 부산 변호사 소모임 출범
공익 활동 참여·지원 확대 첫 발

부산 공익변호사인 이현우 변호사가 24일 부산 연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공익변호사인 이현우 변호사가 24일 부산 연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사회적 소외계층 인권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공익변호사가 부산에 자리를 잡기는커녕 지역을 떠나고 있다. 지원이나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소명감만으로 백방으로 활동하다 결국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부산변호사회 인권위원회가 프로보노(변호사의 공익 활동) 소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지역 변호사 업계도 공익 활동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부산 1호 공익변호사는 김지현 변호사다. 공익변호사의 전신은 인권변호사다. 1960~1980년대 활동하며 주로 시국사건을 담당했다. 2000년대부터 공익변호사라는 이름으로 장애, 성소수자, 환경, 난민 등 사회적으로 소외됐던 다양한 쟁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단순한 송무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법률문제를 제기하거나 활동가들과 거리 등에서 발로 뛴다.

그는 2015년 1월~2019년 1월 부산YMCA 시민권익센터에서 유일한 상근 변호사로 근무했다. 김 변호사는 로펌에서 수습을 마치자마자 공익변호사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찾아가는 변호사 상담을 실시했고, 저소득층을 위해 무료 소송도 여러 차례 수행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개인적인 사유로 현재 부산을 떠난 상태다. 김 변호사는 “공익변호사 활동은 개인 소명감만으로는 버티기에는 어려움이 많으므로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를 이어 2019년 1월 이현우 변호사가 부산 2호 공익변호사를 맡아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이 변호사 역시 사회 전 영역 공익 변호를 도맡고 있다. 공익변호사는 통상 장애면 장애, 환경이면 환경 등 하나의 쟁점을 맡는다. 송무 역시 전문화, 분업화됐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의 활동상을 보면 안타까운 심정마저 든다. 그가 약 5년 6개월간 처리한 공익 사건은 법원에서 선고가 난 사건만 200여 건, 법원까지 가지 않고 종결된 사건 등까지 합치면 500건을 훌쩍 넘는다. 이 변호사 존재가 알려지며 부산뿐 아니라 창원·김해·밀양에서도 사건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건강 이상으로 올해까지만 공익변호사를 할 생각이다. 이 변호사는 “공익변호사 후원 모델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맨땅에 헤딩’하면서 해 왔지만, 많이 지친 상태”라며 “정책이나 조례 방향을 바꾸는 제도 개선까지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변호사와 함께 이주언 변호사가 2022년 3월부터 공익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법연수원을 나와 3년간 로펌에서 일했던 그는 2015년부터 서울에서 공익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당초 이주언 변호사는 지역에서 활동하려고 했지만, 당시 임성택 장애인법연구회 회장의 제안으로 서울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 뇌병변 장애인 대상 야학 교사를 했던 계기로 주로 장애 인권 분야를 맡았다. 그는 이제 고향으로 내려와 부산에서 ‘공익변호사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변호사의 공익 활동은 법에 명시된 의무다. 변호사법 27조에 따르면 변호사는 연간 일정 시간 이상 공익 활동에 종사해야 한다.

부산변호사회는 현재 의무시간을 연간 20시간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대부분 송무에 집중하다 보니 법관 평가나 일회성 자원봉사 등으로 공익 활동을 때우는 경우가 많다.

부산에도 조금의 변화는 있다. 지난 4월 부산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산하에 프로보노 소위원회가 신설됐다. 프로보노는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의 줄임말로, 공익을 위함이라는 의미다. 서울변호사회에는 프로보노 지원센터가 있어서 변호사의 공익 활동 참여가 용의하지만, 부산에는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다. 현재 프로포보 소위원회에 소속된 변호사는 9명으로 다양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부산변호사회 프로보노 소위원회 오희도 위원장은 “프로보노 소위원회 출범은 뜻있는 변호사끼리 모여 공익 활동을 늘려보자는 취지로 아주 초기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변호사회 인권위원회의 다른 분과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사업이나 시민단체와의 관계를 강화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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