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여름철 해양 안전사고 철저히 대비해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지윤 삼미문화재단 이사장

물놀이 관련 사고 7~10월에 집중
‘해양안전체험관’ 건립 매우 긴요
전국서 4곳 운영 중, 부산엔 없어

부산의 여름이 바쁘다. 부산역뿐 아니라 광안리, 해운대 등 바닷가는 말할 것도 없고 시내 곳곳에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젊은 여행객들이 넘쳐 난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되면 더 많은 사람이 부산 바다를 찾을 것이다. 요트, 서핑 그리고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바다로 향하는 건 비단 관광객뿐만 아니라 부산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즐기는 바다는 일상의 지친 마음에 여유와 낭만을 절로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잠시 방심하는 순간, 멋진 바다는 자칫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장소로 돌변할 수 있다. 매년 여름이면 급증하는 해양 사고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때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상레저 기구의 충돌·전복 등 사고가 452건이나 발생했는데, 성수기인 5~10월 사이에 71%인 321건이 집중됐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이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최근 5년간 수상레저 기구의 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전체 사고 선박 총 1만 5997척 중 수상레저 기구로 인한 사고는 18.4%인 2938척이었는데, 이 중 69.1%가 여름철인 6~8월에 일어났다.

더욱이 매년 해양 사고의 원인과 유형은 거의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그런데도 이를 미연에 막지 못해 때로는 수많은 인명 피해가 동반된 초대형 사고가 일어난다. 왜 이런 일이 자꾸 되풀이될까. 여름철 각종 물놀이 사고, 낚시나 해양 레포츠 그리고 수상 레저를 즐기던 중 발생하는 인명피해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또 이에 대한 방지책도 수없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우리는 해양 사고의 걱정과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사고 분석 결과를 보면 최근 5년간 월평균 약 275건의 해양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매년 7~10월의 해양 사고는 다른 달보다 약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해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몰리는 시기적인 현상과 집중호우, 태풍 등 자연적인 현상이 함께 맞물려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동안 매번 사고 때마다 철저한 원인 조사와 분석을 해왔고, 이를 토대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보면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수많은 사고의 원인 분석 내용을 보면 승선 규칙 위반, 각종 안전시설의 오작동과 부주의 등으로 거의 반복되는 요소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많은 해양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해상 안전을 위한 법과 각종 규정도 있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취해야 할 각종 유형별 매뉴얼도 훌륭하고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마련된 법과 규정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또 막상 사고가 발생했을 땐 준비된 매뉴얼대로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대형 사고와 소중한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이를 막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순 없는 것일까.

사실 그동안 우리는 얼마 전까지도 제대로 된 해양 안전에 관한 전문 교육기관이나 체험관이 없었다. 그러다가 세월호 참사 후 7년여가 지난 2021년도에 겨우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춘 해양안전체험교육관이 건립됐는데, 현재 경기 안산, 전북 부안, 전남 여수, 경북 포항의 4곳에서 운영 중이다. 해양 안전은 물론 날로 심해지고 있는 해양생태 파괴 등 종합적인 해양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전문교육 시스템으로 해양 안전사고의 예방과 긴급재난 시 대응력 배양 등 매우 중요한 시설이다.

그런데 해양수도 부산에는 이런 시설이 없다. 부산시는 2022년 4월, 남구 용호동 일대 600평 규모의 시유지에 해양레저안전체험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해수부에 이를 제안해 타당성조사 용역까지 마쳤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해수부에 부지 활용 철회를 통보함으로써 사실상 체험관 건립은 중단된 상태다. 건립비에 대한 일부 지자체의 부담과 연간 30여억 원의 운영비 마련이 문제가 됐다.

물론 여러 검토를 거친 불가피한 결정으로 여겨지지만 해양수도인 부산과 해양 안전문화 창달이라는 미래 가치를 생각한다면 아쉽기만 하다. 전국 최고 수준의 안전체험관 운영은 해양수도 부산으로선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해양 사고가 무서운 것은 사고가 나면 대부분 인명 실종과 사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해양 사고 중 27%, 해상 사망이나 실종의 17%는 여름철에 발생한다. 올해 여름에는 잦은 대형 태풍이 예상된다는 기상청 예보도 있어 해양 안전에 대한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또 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