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민 삶의 질 높이는 자치법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완규 법제처장

워킹맘의 오복(五福) 중 제일은 ‘이모님 복’이라는 말이 있다. 제때 믿을 수 있는 아이돌보미를 찾는 것이 복(福)으로 꼽힐 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아이돌봄 서비스 사업’은 이처럼 맞벌이 부부들이 겪고 있는 양육에 따른 고충을 이해하고 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이돌봄 서비스 사업’의 운영이 난관에 부딪혔다. 인력난이 심각한 지방 여건상 충분한 규모의 아이돌보미를 확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이돌보미의 처우를 개선하여 그 공급을 늘릴 방법을 고민했지만, 정부가 이미 아이돌보미에 대한 활동 수당을 지급하고 있어 추가로 활동 수당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한지가 문제 되어 이를 법제처에 문의했다.

법제처는 국가가 지원하는 아이돌보미의 활동 수당에 더해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재원으로 활동 수당을 추가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아이돌봄에 대한 지원 사무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이기 때문에 상위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유롭게 조례를 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법제처가 회신한 의견에 기초하여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국가가 지원하는 활동 수당에 더해 매월 3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였다. 정책 효과는 빠르고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아이돌보미의 실질임금 수준이 높아지자 이직률이 낮아지고 지원자가 늘었으며, 이용자들은 높은 만족도와 함께 장기적으로 아이돌봄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지방행정은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이루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법제처는 2011년도부터 ‘자치입법 지원 제도’를 통해 자치법규가 주민들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조례와 규칙과 같은 자치법규를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법리적인 문제점을 짚어주고, 지방행정 일선에서 발생하는 법적 쟁점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여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방자치단체를 직접 방문해서 자치법규의 입안과 정책 집행을 둘러싼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간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도록 종합적인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강원특별자치도와 전북특별자치도, 그리고 대구광역시에 법제자문관을 파견하여 법제적 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돕고 적극적인 지방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6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인구 감소 문제는 지방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 이른바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법제처는 이러한 국가적 과제 앞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호 협력하여 최선의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국가 법령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 모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좋은 자치법규는 국가 법령의 빈틈을 채워 주는 효과적인 보완재이자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정책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좋은 자치법규와 좋은 법을 통해 대한민국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기대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