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박하준 “개인전 금메달 노려”… ‘엄마 선수’ 금지현 “딸과 약속 지켰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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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혼성 공기소총 은메달리스트
올림픽 직전 같은 조 편성돼 호흡 맞춰
준우승 만족 못한 박 “중국 넘어서겠다”
딸 낳고 사로에 선 금 “슬럼프 극복해”

27일(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단체 결선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금지현(왼쪽)과 박하준이 경기를 마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단체 결선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금지현(왼쪽)과 박하준이 경기를 마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사격 대표팀 박하준(KT)과 금지현(경기도청)은 2024 파리 올림픽 혼성 공기소총 종목에서 은메달을 합작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두 사람은 24살 동갑내기다. 박하준은 이번 대회에서도 특유의 ‘악바리 근성’을 보여줬으며, 금지현은 ‘엄마 선수’로 메달을 목에 걸어 화제다.

박하준과 금지현은 27일(현지시간)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 성리하오-황위팅(중국)과 결승에서 세트 점수 12-16으로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다. 애초 이 종목에는 박하준과 ‘여고생’ 사격수 반효진(대구체고)이 한 조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회 직전 컨디션이 좋았던 금지현으로 교체돼 박하준과 짧은 시간 호흡을 맞췄다. 금지현의 교체 투입이 옳았던 것이다. 박하준과 금지현은 2022년 월드컵 대회에서도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하준은 파리 대회를 통해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다. 그는 메달까지 땄지만 웃지 않았다. 박하준은 무작위 도핑 대상 선수로 지목돼 메달 세리머니가 끝난 뒤에야 취재진에게 소감을 털어놨다. 그는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중국 선수에게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에도 졌는데, 내일 개인전에서는 설욕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하준은 사격계에서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될 때까지 연습하는 등 끊임없이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담금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이런 성격이 올림픽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박하준이 말하는 중국 선수는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내준 성리하오다.

내년 초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할 계획이었던 박하준은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면서 병역특례 자격이 주어져 소속팀에서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군대 이야기는 원래 국내대회 결선 때 저를 혼란스럽게 하는 야유 멘트라 싫어했다”며 “병역은 별로 생각 안 했는데 막상 혜택을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금지현은 막 돌 지난 딸을 둔 엄마 선수다. 중학교 2학년부터 사격을 시작한 금지현은 고교 1학년 때 청소년 대표로 발탁되는 등 빠르게 성장했던 여자 사격 유망주였다. 금지현은 2022년 10월 카이로 국제사격연맹 월드컵을 앞두고 임신 사실을 알았다. 만삭이 될 때까지 대회 출전을 이어간 끝에 결국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5월 딸을 출산해 엄마가 됐다. 금지현은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이라는 큰 변수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만삭의 총잡이’는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박하준처럼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금지현은 “최고의 엄마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던 대회 전 약속을 딸에게 지켰다. 그는 “사격 선수로 출산 후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며 “출산을 해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다시 일어나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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