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욱, 국제대회 첫 그랜드슬램… 한국 펜싱 새 역사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개인전 파레스 페르자니 꺾고 우승
3년 전 도쿄올림픽 8강 탈락 설욕
"동고동락 단체전 우승보다 안 기뻐"
한국, 5개 대회 연속 개인전 메달
31일 3회 연속 남 단체전 금 도전

27일(현지시간)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상욱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상욱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펜싱이 새 역사를 썼다.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주인공은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다. 2014년 ‘한국 사브르 최초의 고교생 국가대표’로 등장한 오상욱은 10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오는 31일(한국시간)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오상욱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오상욱은 3년 전인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개인전 8강에서 탈락했던 아픔을 딛고, 한국 남자 사브르 첫 금메달을 따는 데 성공했다. 이번 올림픽 전까지 남자 사브르 개인전 최고 성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대회 때 김정환의 동메달이었다.

오상욱은 이번 올림픽 금메달로 메이저 국제대회 개인전 ‘그랜드슬램’에 올랐다. 오상욱은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금메달을 모두 따냈다.

오상욱은 8강전에서 파레스 아르파(캐나다)와의 경기에서 고비를 겪었다. 아르파는 국제펜싱연맹 순위 5위이자 올림픽 개인전 3연패를 이룬 아론 실라지(헝가리)를 제압하고 올라온 다크호스였다. 오상욱 아르파와의 접전 끝에 15-13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결승전도 쉽지 않았다. 오상욱은 14-5로 앞서며 금메달까지 1점을 남기며 손쉽게 승리를 챙기는 듯했다. 32강전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을 꺾은 페르자니는 맹추격하며 14-11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오상욱은 더 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마지막 점수를 따냈다.

오상욱은 페르자니에게 추격을 허용한 순간을 떠올리며 “정말 온몸에 땀이 엄청나게 났다”며 “‘여기에서 잡히겠다’라는 안 좋은 생각이 났지만, 원우영 코치께서 할 수 있다고 계속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오상욱은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그렇게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상욱은 펜싱 국가대표 경력 10년 차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뜻깊은 성과를 거뒀다. 오상욱은 2014년 12월 한국 사브르 최초로 고교생 국가대표로 등장했다. 국제대회 데뷔전인 2015년 2월 이탈리아 파도바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상욱은 2019년 전성기를 맞이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고, 2019년 두 차례 그랑프리 우승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까지 금메달을 따며 존재감을 떨쳤다.

오상욱은 기세를 몰아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8강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오상욱은 구본길과 김정환, 김준호와 함께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로 활약하며 한국 펜싱의 최전선을 지켰다.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가 된 오상욱은 단체전 우승보다 기쁘지 않다는 감정도 털어놨다. 오상욱은 “단체전은 함께 뭔가를 이겨내고, 못한 부분을 다른 사람이 메워주는 그런 맛이 있는데 개인전은 홀로서기”라고 평가했다. 오상욱은 “함께 한솥밥을 먹으면서 내가 컸는데. 형들(김정환, 김준호)이 나갈 때 정말 큰 변화가 있었다”며 “멤버가 바뀌면서 정말 많이 박살 나기도 했고,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고 웃었다.

한국 펜싱은 오상욱이 파리 올림픽에서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따며 5개 대회 연속 개인전 메달리스트 배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남현희·여자 플뢰레·은) △2012년 런던(김지연·여자 사브르·금, 최병철·남자 플뢰레·동, 정진선·남자 에페·동)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박상영·남자 에페·금) △2020년 도쿄(김정환·남자 사브르·동)에 이어 오상욱이 남자 사브르 첫 금메달을 따내며 대기록을 이어갔다.

한국은 오는 31일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또 하나의 금메달이 도전한다. 오상욱과 구본길, 박상원(대전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어펜져스’는 올림픽 3회 연속 우승이라는 새 역사에 도전한다. 오상욱은 “엄청 기쁘지만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단체전까지 금메달 따고 편히 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