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첩보 활동’ 정보사 요원들 신분 털렸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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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 인적 정보 외부 유출 수사
군무원 노트북 거쳐 북 향한 정황
대북 정보망 적잖은 피해 우려

서울자주통일평화연대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건너편에서 9.19 군사 합의 전면 중단한 것을 규탄하고 대북전단 사용 중단 등을 촉구하며 바닥에 누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자주통일평화연대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건너편에서 9.19 군사 합의 전면 중단한 것을 규탄하고 대북전단 사용 중단 등을 촉구하며 바닥에 누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 첩보 활동을 하는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요원들의 인적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신분이 노출된 해외 파견 요원들이 급히 귀국하는 등 대북 정보망에 적잖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군 당국에 따르면 약 한 달 전 정보사는 요원들의 개인정보 등 기밀사항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포착했다. 이에 군 방첩기관인 국군방첩사령부가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유출 정보는 최대 수천 건에 달하며, 외교관 등의 신분으로 활동하는 ‘화이트 요원’ 정보는 물론 해외에서 한국 정부 기관과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블랙 요원’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요원 중 다수가 북한 관련 첩보 업무에 종사하며 유출 정보가 북한으로 향했다는 정황도 군 수사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외국에 파견됐던 일부 요원들이 급히 귀국했는데, 이렇게 신분이 노출된 요원은 추후 해외로 재파견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공들여 쌓아 놓은 대북 첩보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군은 관련 기밀이 정보사 해외 공작 담당 부서에서 일하는 군무원 A 씨의 개인용 노트북을 통해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A 씨는 자신의 노트북이 해킹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밀 자료가 개인 노트북에 저장된 과정부터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사 요원들의 신상 자료는 정보사 외 대부분의 군 당국자들도 인트라넷을 통한 접근이 불가능한 정보다. 군 출신인 A 씨가 현역 시절 접근 가능했던 정보를 개인 PC에 저장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A 씨에게 민감 정보를 취급할 권한이 어디까지 있는지, 이를 수집할 목적으로 내부망에 접속했는지 등이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A 씨 주장대로 해킹이었을 가능성과 노트북에 자료를 두고 해킹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치했을 가능성, 내·외부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 등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군은 A 씨에 대해 직무 배제 조치를 내렸다. 국방부는 28일 이번 사건과 관련,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세부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보사 기밀 유사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에는 정보사 공작팀장이 2013년부터 기밀을 건당 100만 원에 중국·일본에 팔아넘긴 사실이 적발됐다. 여기엔 비밀 요원에 대한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2017년에는 국방통합데이터센터가 해킹돼 1500만 장 분량의 기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군사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이 약한 국내 상황을 노려 전방위 해킹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26일 영국, 미국 정보기관과 공동 권고문을 내고 “북한이 방산·항공우주·핵 관련 단체들의 민감한 군사 정보와 지적 재산”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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