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 11%만 국시 응시, 내년 의사 배출 차질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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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 보이콧’ 탓 364명만 원서
매년 3000여 명 배출 흐름 끊겨
하반기 전공의 지원 문의도 뚝

지난 3월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해부학실습실이 텅 비어 있는 모습. 김종진 기자 지난 3월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해부학실습실이 텅 비어 있는 모습. 김종진 기자

올 하반기에도 상반기에 이어 전공의 없는 병원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의사 배출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도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에 원서를 낸 의대생이 전체의 약 1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이 의사 국시 실기시험 원서 접수 마감일인 지난 26일 오후 6시까지 접수된 원서를 집계한 결과, 총 364명이 원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내년 국시 실기시험 대상은 현재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3000여 명에 전년도 시험 불합격자, 외국 의대 졸업자 등 3200여 명이다. 하지만 이들의 11.4%만 시험에 지원했다. 매년 3000여 명의 의사가 배출됐는데, 이 같은 흐름이 뚝 끊길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정책과 필수의료 패키지 등 의료 정책에 반발해 이른바 ‘국시 보이콧’을 하면서 원서 접수 자체가 적었다. 실제로 의대 본과 4학년 학생의 5%인 159명만 국시 원서를 냈다.

앞서 지난 21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3015명에게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2903명의 95.52%에 해당하는 2073명이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미 의대생 10명 중 9명이 국시를 응시하지 않겠다고 예고한 셈이었다.

대부분의 의대생이 국시에 지원하지 않아, 내년 상반기 상급종합병원에 전공의(인턴)로 지원할 인력풀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수련을 무사히 마치면 시험 자격이 주어지는 전문의 배출에도 연쇄적으로 차질이 생긴다.

앞서 정부는 필요하다면 의대생이 국시를 치를 수 있도록 국시 추가 실시 방안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교육부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의대생이 많이 복귀한다면 국시를 추가 실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생의 ‘국시 보이콧’과 더불어 하반기 수련병원 ‘전공의 모집 보이콧’도 계속되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전국 수련병원에서 총 7645명의 전공의(인턴 2525명, 레지던트 1년 차 1446명, 레지던트 2~4년 차 3674명)를 모집하지만, 수도권 ‘빅 5’ 병원에조차 하반기 전공의 인턴 지원 문의가 없는 실정이다.

한편, 의정 갈등 장기화로 전공의 공백이 계속되면서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 등의 이유로 사직하는 의대 교수가 늘어나고 있다. 전공의 이탈이 시작된 지난 2월 20일 이후 현재까지 부산대병원에서는 9명의 교수가 사직했고, 동아대병원에서는 1명의 교수가 사직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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