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넘어 세계로… 청년 작곡가·무용가의 빛나는 도전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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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월드클래스’ 선정 강현민
창작 K클래식 독일 순회공연

부산예고·한예종 출신 정지완
유럽 오페라 댄스컴퍼니 입단

노재봉 작곡가 미 예일대 유학

독일 공연에 앞서 28일 오후 서울 통의동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마친 연주자들이 관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현민 제공 독일 공연에 앞서 28일 오후 서울 통의동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마친 연주자들이 관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현민 제공

사람은 도전을 통해 성장한다고 한다. 살아왔던 대로 사는 삶은 편하고 안정적일 순 있지만, 끊임없는 배움과 도전은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강현민(34)과 부산 출신의 무용가 정지완(24)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기쁜 소식이다. 강현민은 직접 꾸린 전국의 청년 예술인들과 함께 독일 순회공연을 갖기 위해 내달 9일 출국해 17일 귀국할 예정이다. 부산예고 출신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수학한 정지완은 남성 무용수로는 처음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에 정단원으로 입단했다.

작곡가 강현민. 강현민 제공 작곡가 강현민. 강현민 제공

강현민의 ‘삼색 프로젝트’

강현민은 내달 11일부터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작곡한 창작 K클래식 음악 7곡을 들고 독일 3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연다. 자부담으로 추진하는 해외 프로젝트이지만, 여타 공연과 다른 점이라면 강 작곡가 주도로 다양한 청년 예술인 12명이 함께하는 것이다.

‘삼색 프로젝트(Tricolor Project)’로 이름 붙인 이번 공연에서 강현민 등은 창작 클래식 음악과 발레, 그리고 해설을 선보이고, 예술을 통해 한국 전래동화에 숨겨진 문화적, 정치적, 편견적 요소들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번에 공연할 도시는 뮌스터(8월 11일), 에센(12일), 도르트문트(16일)이다. 공연 장소도 대학, 공립도서관, 성당 등으로 다양하다. 유료 공연도 있고, 공연 관람 후 티켓값에 상당하는 금액을 받는 기부 박스를 두기도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의 30% 정도는 부산시의 ‘월드클래스 육성 10년 프로젝트’ 지원금에서 나왔다. 강현민은 2022년 이 프로젝트 2기 청년 인재로 선발됐으며 올해가 마지막 3년 차이다. 그는 “우리끼리, 부산끼리가 아닌, 부산의 콘텐츠를 유럽(독일)에 가져간다는 의미와 또 다른 네트워크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서로 다른 언어를 쓰더라도 예술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예술인은 클래식 유튜버 겸 바이올리니스트 한예진, 인디애나 음대 전액 장학금 수상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세은, 비올리스트 권예성, 첼리스트 정혜주, 독일 뮌스터 음대 출신 피아니스트 황보미 등이다.

장르도 음악에 그치지 않는다. 발레를 포함했다. 무용팀은 2018년 바르셀로나 국제무용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발레리나 복혜원과 함께 안무감독 양서희, 발레리나 최민지·신동윤 등이 참여한다. 기획·제작 등 스태프도 꾸렸다. 도담뮤직의 박민수 대표가 제작 PD로 참여하고, 비주얼 디렉터 박희애, 융복합문화공간륜 대표 유리한 등이 기획으로 참여한다. 청년들은 부산, 서울, 대구, 독일에서 모였다.

강현민은 정치학 박사 출신 뮤지컬 작곡가로, 부산에서 7년째 다양한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마민주항쟁을 기념하는 헌정 교향곡 ‘동트는 새벽벌’을 작곡해 체코 프라하 시립교향악단 연주로 녹음했으며, 부산의 게임 개발사 ‘썬게임즈’ 작곡 참여 등 부산의 문화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에 정단원으로 입단한 정지완 씨. 부산일보DB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에 정단원으로 입단한 정지완 씨. 부산일보DB

1500 대 1 경쟁 뚫은 정지완

정지완이 정단원으로 입단한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는 유럽 최고의 현대무용단 중 하나로 스웨덴 예테보리의 오페라하우스 상주 단체이다. 20개국 이상에서 온 38명의 댄서가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앙상블을 구성해 세계 최고의 안무가를 예테보리로 불러들여 새롭고 혁신적인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 한국 남성 무용수가 이곳에 입단한 것은 정지완이 처음이다. 여성 단원으로는 김다영이 2023년부터 활동 중인 것으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정지완은 지난해 11월 현지에서 열린 공개 오디션을 통해 정단원 자격을 얻었다. 오디션에는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 호페쉬 쉑터 컴퍼니 등 세계적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약 1500명이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정지완을 포함한 8명이 합격했다.

정지완은 8세 때부터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아역배우를 하다가 10세에 현대무용으로 진로를 바꿨다. 부산예고에 입학 후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주니어 남자 1등을 차지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2019년 한예종 무용원에 들어간 뒤에도 독일 탄츠올림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등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특히 2022 코리아국제무용콩쿠르 컨템포러리 부문에서 1등 및 전체 그랑프리를 차지해 병역특례 혜택을 받기도 했다.

한편, 부산대 출신으로 촉망받는 작곡가 노재봉(29·2022 부산시향 위촉 작곡가 역임, 2024/25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상주작곡가)도 올가을 더 큰 꿈을 안고 미국 예일대 음악대학 석사과정(작곡)에 입학하기 위해 31일 출국한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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