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파리올림픽 왜 이래?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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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파리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선수단의 메달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역만리 유럽에서 한밤중에 들려온 낭보에 더위 절정의 견디기 힘든 열대야에도 전국에서 환호가 넘쳐난다. 애초 우리 선수단의 전력이 예전만 못해 파리올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덜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던 터에 우리 선수단이 이처럼 보란 듯이 선전을 펼치니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선수들의 선전으로 파리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과 달리 대회를 진행하는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허술한 준비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지난 27일 센강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린 수상 개회식 장면을 잊지 못한다. 조직위원회가 불어와 영어로 우리 선수단을 “북한”으로 호명한 것인데, 가장 중요한 참가국의 국명을 어떻게 혼동할 수 있는지 지금 생각해도 분통이 터진다. IOC가 사과와 함께 공식 성명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또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상욱 선수도 ‘오상구’로 잘못 표기해 분란을 일으켰다. 얼마 뒤 수정했지만 우리 선수단에 대해서만 이런 일이 반복되자 ‘한국 차별 논란’까지 불거졌다. 어떤 의도가 있는 건 아니라 해도 우리 국민에게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파리올림픽에 대한 불만은 이뿐이 아니다.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하며 탄소 줄이기에 나선 시도는 좋으나 지나친 채식 위주의 식단 구성이 각국 선수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창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선수들이 닭고기조차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하니 짐작할 만하다. 우리 선수단도 매일 외부 도시락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선수촌과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에어컨도 없는 ‘찜통 버스’로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대회를 노린 도둑들이 파리로 몰리면서 브라질 출신의 지쿠 전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은 약 9억 원 상당의 금품이 든 가방까지 도난당했다는 소식이다.

안 그래도 파리올림픽은 개막 이전부터 파리 시민들의 올림픽 개최·외부인 유입 반대 움직임으로 지구촌을 당황하게 했다. 올림픽 개최를 안 하면 그만이지만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나섰다면 미리 대비했어야 할 일이었다. ‘친환경·저탄소 올림픽’도 지향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처럼 불평·불만에다 미숙함까지 속출하는 올림픽이라면 지구촌 축제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기는 하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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