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폭격 검토한 이스라엘… 다급해진 국제 사회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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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레드라인 넘었다”
헤즈볼라 부인에도 연일 보복
확전 위기에 미국 등 긴급 개입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레바논과 시리아 접경지대 골란고원의 마즈달샴스 지역에서 주민들이 축구장 로켓 공격으로 사망한 어린이와 청소년 12명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로켓 공격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소행이라며 보복 공격에 나섰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레바논과 시리아 접경지대 골란고원의 마즈달샴스 지역에서 주민들이 축구장 로켓 공격으로 사망한 어린이와 청소년 12명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로켓 공격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소행이라며 보복 공격에 나섰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의 축구장 로켓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전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헤즈볼라는 어린이 등 12명이 몰살된 이 공격에 대해 이례적으로 무관하다고 부인했지만 이스라엘은 조사 결과 헤즈볼라의 공격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즉시 보복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이슬람권 무장세력에 의한 자국민 인명피해에 특히 민감한 만큼 양측의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28일(현지시간) “레바논의 차브리하, 보르즈 엘 크말리, 베카, 킬라, 랍 엘탈라틴, 키암, 타이르 하르파 등 여러 마을에서 무기 저장고 등 헤즈볼라의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된 이스라엘의 안보 내각 회의 이후 더 강력한 대응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은 이날 골란고원을 방문해 “축구장 벽의 로켓 잔해 조사 결과 53㎏의 탄두를 장착한 헤즈볼라의 팔라크 로켓으로 확인됐다”며 “군은 북쪽 전투의 다음 단계를 위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도 이날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자위권을 행사해 학살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시리아로부터 점령한 땅이다. 이스라엘은 1981년 골란고원법을 제정해 자국 영토로 병합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영토로서 인정받지는 못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스라엘과 이를 인정하지 않는 레바논, 시리아의 무력 공방이 빈번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 등 서방은 물론 러시아까지 나서 이스라엘의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타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는 이 같은 강경대응을 두고 상황이 통제불능에 빠질 것이라며 만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국민을 테러리스트의 공격에서 보호할 이스라엘의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이스라엘 정부와 대화하고 있으며 이번 충돌이 악화하거나 확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제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외교수장 격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전날 오후 이번 공격에 대한 독립적 국제조사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 확전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역시 “우리는 주체와 무관하게 민간인에 대한 모든 테러를 규탄한다”면서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습격 뿐 아니라 (민간인을) 대량학살한 이스라엘의 국제인도법 위반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은 이스라엘에 전면 경고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무지한 행동은 전쟁의 범위와 역내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어리석은 모험에 대한 예기치 못한 결과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대규모 범죄에서 세계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헤즈볼라를 모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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