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메이저 우승… 다시 역사 쓴 ‘탱크’ 최경주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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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더 시니어 오픈 1위
한때 3위로 밀렸다가 극적 반전
14번 홀 8m 이글 퍼트가 결정적
PGA 제패하며 두 번째 전성기
미국·유럽 시니어 투어 발판 마련

최경주가 29일(한국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커누스티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더 시니어 오픈에서 정상을 차지한 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경주가 29일(한국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커누스티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더 시니어 오픈에서 정상을 차지한 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 선수가 (이 대회에서)우승한 것은 매우 역사적인 일입니다. 내 꿈이었습니다.”

최경주(54)가 한국인 최초로 시니어 메이저 골프대회를 제패한 뒤 PGA투어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탱크’ 최경주가 또 한 번 한국 골프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내년 디오픈 출전권까지 확보, 미국과 유럽 양쪽 시니어 투어에서 뛸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하며 두 번째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최경주는 29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커누스티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2)에서 열린 더 시니어 오픈(총상금 285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더 시니어 오픈은 미국과 유럽의 시니어 투어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와 레전즈 투어의 메이저대회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과 유럽 양쪽 시니어 투어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는 위업을 세웠다. PGA 투어 한국인 첫 우승과 최다 우승(8승)의 뚜렷한 족적을 남겼음에도, 끝내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루지 못했던 최경주는 시니어 무대에서 마침내 메이저 챔피언에 등극했다. PGA 투어에서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과 마스터스 3위(2004년)가 최경주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더 시니어 오픈에서 아시아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02년 스가이 노보루(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2020년부터 시니어 무대에 뛰어든 최경주는 2021년 퓨어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우승한 바 있다. 이번 우승으로 최경주는 시니어 무대에서는 3년 만에 2승 고지에 올랐다. 54세 생일날이던 지난 5월 19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내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워 경쟁력을 입증했던 최경주는 시니어 무대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두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44만 7800달러(한화 약 6억 2000만 원)와 함께 내년 디오픈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 양쪽 시니어 투어에서 당분간 안정적으로 뛸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

1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최경주는 초반은 불안했다. 1번 홀(파4) 보기에 이어 5번 홀(파4)과 6번 홀(파6)에서 또 1타씩을 잃었다. 6번 홀에서는 페널티 구역에 볼을 빠뜨렸다. 샷은 겨냥한 방향과 달리 날아갔고, 그린에서는 스피드를 맞추지 못했다. 반면 1타 차 2위로 출발했던 리처드 그린(호주)이 파 행진을 벌이며 선두로 올라서고 최경주는 2타 차 2위로 밀려났다. 여기에 앞조에서 경기한 폴 브로드허스트(잉글랜드)가 4, 5번 홀 버디로 최경주를 제치고 2위가 됐다. 3위까지 밀린 최경주는 물러서지 않았다. 9번 홀(파4)에서 3m 버디 기회를 만들어 이날 첫 버디를 낚았고, 10번 홀(파4)에서 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공동 선두가 됐다.

자신감을 찾은 최경주는 12번 홀(파5)에서 기막힌 쇼트 게임으로 탭인 버디를 잡아내고, 13번(파3) 홀에서는 티샷을 홀 1m 옆에 붙여 연속 버디를 뽑아냈다. 14번 홀(파5)에서 8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티샷이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개울 바로 앞에 멈추는 등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최경주는 차분하게 세 번에 걸쳐 그린에 볼을 올린 뒤 퍼트 두 번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5m 파 퍼트를 홀에 딱 붙여 챔피언 퍼트를 마친 최경주는 두 팔을 번쩍 들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최경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6번 홀까지 보기 3개로 매우 힘들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9, 10번 홀 버디로 전환점을 잡았다. 14번 홀 이글은 결정적이었다”며 “메이저 우승이라 팬들도 기뻐하리라 생각한다. 주변의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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