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 대의원 괴리 부산 민주당, 지역 민심 이탈 걱정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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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당위원장 선출 때 인식 차 뚜렷
이재명계 강성 지지층 입김 강해
당대표·최고위원 경선서도 표출
지역주의 극복 노력 물거품 공산
지선·대선 외연 확장 한계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주말 당대표·최고위원 경선과 시당위원장 선출을 잡음 없이 마무리했지만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이재명 체제’에서 새로 유입된 권리당원과 김대중 ‘동진 정책’, 노무현 ‘전국정당화’를 주도해 온 대의원 간 인식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면서다. 이 같은 현상은 2년 뒤 지방선거까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여 년에 걸쳐 지역 기반을 다져 온 부산 민주당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29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진행된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이른바 진짜 이재명계라 불리는 ‘찐명’ 후보인 이재성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승리했다. 2위는 변성완 강서 지역위원장(46.8%)으로, 이 위원장에 권리당원과 대의원 합산 득표율 6.4%포인트(P) 차로 패배했다. 이처럼 박빙 승부가 펼쳐진 것과 별개로 부산 민주당에서는 권리당원과 대의원 득표율에 집중한다. 이 위원장은 권리당원과 대의원 득표율이 각각 59.45%, 28.19%인 반면 변 위원장은 40.55%, 71.81%를 얻었다.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를 보면 이 위원장은 권리당원에서 18.99%P 앞서지만, 대의원에서는 43.62%P 뒤처진다. 단순 격차만 비교해도 2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인데, 권리당원의 비중을 과거 50%가 아닌 80%까지 끌어올린 게 당락을 가른 셈이다.

이는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등의 비중으로 반영된 당대표·최고위원 투표에도 유효했을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권리당원 표 비중을 대폭 확대한 것이 부산의 핵심 현안인 KDB산업은행 이전 반대를 주도한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가 부산에서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재명 일극 체제’가 공고히 굳어진 데다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만큼 이른바 ‘당원 주권주의’는 순식간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것이 지역 야권 인사들의 중론이다. 다만 여기에는 과거 민주당이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펼쳐온 노력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지역별 권리당원 수 차이가 명확한 만큼 이를 보정하기 위한 차원인 대의원 제도가 이제는 무색해졌고,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가 주류가 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야권 핵심 인사는 “당에 새로운 활력이 된다는 점에서 권리당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필요는 충분히 있다”면서도 “하지만 감성보다는 이성으로 접근해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공당의 목표는 정권 창출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는 강성 지지층으로 이뤄진 권리당원만으로는 외연 확장 등에 있어 한계가 뚜렷해 2년 뒤 지방선거는 물론 향후 대선에서도 부울경 민심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걱정도 포함돼 있다. 김 후보가 부산에서 최고위원 후보 중 1위에 오른 것은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 이전을 염원하는 부산의 일반 민심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전대와 시당위원장 선거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권리당원과 대의원 간의 인식 괴리가 앞으로 더 많은 혼란을 낳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당장 10월 16일로 예정된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의 경우, 민주당 새 지도부가 구성되는 대로 후보가 구체화될 예정이다. 여기에도 강성 당원들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정구청장 탈환을 위해 경쟁력과는 별개로 제3의 인물이 갑작스레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2년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는 이러한 기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민주당 친명계에서 이른바 ‘개딸’로 설명되는 이 전 대표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탈해 발생하는 중도층을 조국혁신당이 흡수할 수도 있다는 내부의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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