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수백억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한 일당 붙잡혀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사이트 운영 8명·통장 명의 대여 등 47명 입건
미국 서버 경유 판돈 600억 규모 도박 사이트
국내서 대포 통장·폰 관리하는 별도 조직도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청사 전경. 부산일보 DB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청사 전경. 부산일보 DB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판돈만 수백억 원에 달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게 잡혔다. 이들에게 속아 통장 명의를 대여해 주는 등 범죄에 연루된 시민도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해해양경찰청은 ‘도박공간개설과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전자금융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해외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 일당 8명을 비롯해 범죄에 가담한 인원 39명을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범죄 일당 중 5명은 구속된 상태다.

총책인 40대 A 씨는 국내에서 도주 중인 상태다. 남해해경청은 법무부에 요청해 A 씨에 대해 출국금지를 조치했다. 현재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이들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미국 서버를 경유해 판돈 600억 원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 18개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대포 통장 등으로 2300억 원에 달하는 범죄 수익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해해경청은 지난해 8월 경남 창원시 항만 근로자들의 통장이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해경 조사 결과 이들은 수사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고자 필리핀에 운영 사무실을 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는 유령 법인 회사를 만들어 매장을 관리하고 회원을 모집했다.

특히 국내에 사무실을 둔 범죄 일당은 사회 초년생, 지적 장애인 등 경제적 위기에 몰린 시민에 접근해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통장과 휴대전화 명의를 도용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 메시지 등으로 통장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100여 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보낸 것도 파악됐다. 범죄에 연루된 시민들만 수십 명으로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거나 고작 수십만 원을 받고서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는 게 남해해경청 관계자 설명이다.

남해해양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 도박은 건전한 근로 의식을 해치는 범죄이기에 뿌리부터 뽑을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만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