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게시대는 상위법 위배”…대법, ‘조례 무효’ 판결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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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울산시의회에 최종 승소
대법 “법령 우위의 원칙에 위배”
“현수막 공해 어쩌나…” 반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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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현수막을 전용 게시대에 걸고, 이를 어기면 철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울산시 조례가 상위법을 위배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울산시가 관리하는 정당 현수막 게시대 설치 사업이 전면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울산시의회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25일 행정안전부가 울산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울산시의회는 지난해 9월 ‘울산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조례에는 ‘정치 현수막을 전용 게시대에 설치하고, 이를 위반하면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이에 울산시는 조례가 본격 시행된 지난해 10월 이후 약 7억 2500만 원을 들여 지역 120곳에 전용 게시대를 설치하고, 올해 말까지 47곳을 추가 설치할 예정이었다. 그 사이 거리마다 난립하던 정치 현수막은 자취를 감췄다.

울산의 조례 제정은 인천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이후 광주·서울·부산·대구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조례 개정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조례 개정 과정에서 상위법인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옥외광고물법)’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행정안전부는 조례를 개정한 울산·광주·서울·부산·대구시의회 등을 상대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올해 1월 ‘각 정당은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됐으나, 이는 ‘전용 게시대’, ‘철거’ 등을 명시한 일부 지자체 조례안보다 훨씬 완화된 수준이었다.

이에 대법원은 “조례안이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없는 전용 게시대 설치 의무를 신설한 것은 법령 우위의 원칙에 위배되고, 법률의 위임 근거도 없으므로 무효”라며 “개정법은 전국적으로 통일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정치 현수막을 규율하려는 취지라서, 법령 위임 없이 조례로 법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정한 것은 법령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울산시의회 관계자는 “정치 현수막 난립을 방지하는 규정이 없어 조례를 개정한 것인데, 그 취지가 대법원 판결로 무색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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