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공무직 준법투쟁 20일째…쓰레기 더미 쌓이는 창원시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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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상업지구 골목마다 악취 풍겨
임금인상 2.5% 제안, 30% 요구
쟁의권 획득해 태업 20일째 ‘몸살’
“시민 불편 가중, 협업 복귀 당부”

3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 재활용 쓰레기 등이 수북하게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3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 재활용 쓰레기 등이 수북하게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그냥 보기도 불편하지만 악취도 심해 무척 불쾌합니다.”

33도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인 30일 대낮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상업지구. 도내 최대 유흥가가 밀집된 이곳에 온 거리마다 재활용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파리가 꼬이고 있었다. 인근 상가 관리를 맡고 있다는 황금민(63) 씨는 “사람들 지나다니는 골목에도 쓰레기가 가득해 삥 돌아가곤 한다”면서 “상가 앞에 쓰레기가 가득하면 어느 손님이 좋다고 찾아오겠느냐”고 반문했다. 덧붙여 “우리가 세금을 제때 안 내는 것도 아니고, 이러면 우리더러 어쩌란 말이냐”며 역정을 냈다.

황 씨 옆으로 녹색 조끼를 걸친 한 인부가 방역소독기를 들고 연신 쓰레기 더미 쪽으로 연기를 쏴댔다. 이 인부는 “악취 관련 민원이 하도 들어와 시에서 방역 인력을 긴급 투입해 오늘부터 작업 중”이라고 짧게 말하곤 자리를 옮겼다. 상남상업지구는 골목마다 양쪽으로, 약 10m마다 쓰레기 더미가 쌓여 악취를 풍겼다. 주로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술병 등 재활용 쓰레기였으며, 일부 봉투·포대에는 ‘수거 거부’ 딱지가 붙은 채로 그대로 방치된 모습이었다.

그 주변으로 코를 막고 지나가는 어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어르신, 쓰레기를 피해 차도로 걷는 청년 등 남녀노소 모두 이맛살을 찌푸렸다. 상남동에서 만난 이진우(49) 씨는 “휴가철을 맞아 외지 친구들이 창원으로 놀러 온다는 데 술 한 잔 하러 나오기도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3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 쌓인 쓰레기에서 악취 관련 민원이 접수돼 현장에서 방역 작업 중인 모습. 강대한 기자 3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 쌓인 쓰레기에서 악취 관련 민원이 접수돼 현장에서 방역 작업 중인 모습. 강대한 기자

창원이 때아닌 쓰레기 방치에 몸살을 앓고 있다. 창원시 환경 공무직 수십 명이 임금인상을 놓고 시와 대립하며 투쟁을 벌이면서다. 민주노총 일반노조 소속 조합원인 이들은 지난 5월부터 내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을 놓고 시와 교섭을 벌이다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경남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해 지난 11일부터 태업에 들어갔다. 이날로 꼬박 20일이 지난 셈이다.

시에서 환경 공무직들에게 지난해와 같이 공무원·경남도의 인상률을 준용해 2.5% 인상을 제안했으나, 노조에선 이보다 12배 많은 30% 인상을 요구한다. 이 같은 주장은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재활용품 수집·운반 업체 근로자들이 애초 건설 노임 단가의 70%를 받다가 올 1월부터 100%를 적용받게 된 게 바탕이다. 즉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준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3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 재활용 쓰레기 등이 수북하게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3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 재활용 쓰레기 등이 수북하게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현재 일반 쓰레기봉투는 수거하면서 재활용 쓰레기봉투는 완벽하게 분리배출 돼 있지 않으면 ‘수거 거부’ 딱지를 붙이고 그 자리에 둔다. 창원시 의창·성산구에 하루 평균 48t의 재활용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는데, 대체인력을 투입해도 절반 정도만 수거되는 실정이다. 반면 마산합포구·마산회원구·진해구는 위탁업체가 업무를 맡고 있어 별 탈 없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시에서는 환경 공무직이 안정적 고용, 신분보장, 후생복지 등을 보장받고 있는 데다 임금 수준도 대행업체의 인상분과 비슷하게 받고 있다고 반박한다. 시 관계자는 “쟁의행위 중인 환경 공무직 노조에서 30% 인상만 고수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무원들이 휴일도 반납하고 재활용품 수거 작업에 동참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빨리 현업에 복귀해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3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 재활용 쓰레기 등이 수북하게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3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 재활용 쓰레기 등이 수북하게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다. 강대한 기자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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