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현주 범어사 성보박물관 부관장 “부산 역사와 도시 공간 담은 작품 한데 모았어요”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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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상, 옛그림 속 부산…’ 출간
부산초량왜관연구회서 강연
부산 서화에 얽힌 사연 엮어내
지역사 모서리와 틈새에 천착

이현주 부관장은 “책을 쓰면서 부산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며 “타자적 감정이 아니라 부산을 좀 더 뚜렷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현주 부관장은 “책을 쓰면서 부산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며 “타자적 감정이 아니라 부산을 좀 더 뚜렷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년 가까이 논문이나 보고서, 칼럼 등의 글을 쓰면서 부산의 역사를 담은 문화재와 문화재급 작품들을 찾아 자료를 모았습니다.”

부산시·경남도 문화재위원인 이현주 범어사 성보박물관 부관장은 지난 24일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서 열린 부산초량왜관연구회 7월 월례회·아카데미에서 특별 강연을 했다.


이날 특강은 부산초량왜관연구회가 최근 〈완상(玩賞) , 옛그림 속 부산을 거닐다〉(두손컴)를 출간한 그를 초청함으로써 마련됐다. 강연에는 연구회 회원과 부산문화해설사, 시민, 일본인 2명도 참석해 궁금증을 해소했다. ‘완상’은 좋아서 구경함, 아름다움을 보고 즐기는 것, 아껴 즐겨 감상한다는 의미이다.

이 부관장은 “이번에 편제한 글들은 작품을 조사하거나, 현장을 답사해 생각을 다듬고, 단문이지만 적지 않은 시간과 애정이 켜켜이 쌓인 글들이다”며 “회화사를 전공하였기에 문화유산 가운데 그림에 관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10여 년 써 온 46편의 글을 한데 묶어 책을 펴냈다. 장르별로는 ‘붓끝 따라, 가슴에 품은 뜻을 펼치다’에 5편, ‘하명 따라, 지리를 기록하다’에 4편, ‘인연 따라,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다’에 5편, ‘발길 따라, 바람을 담아내다’로 4편, ‘풍류 따라, 향을 나누다’에 5편, ‘물결 따라, 넘실거렸던 해외교류’에 5편, ‘시간 따라, 판도라의 상자 문화재’에 6편으로 나눠 실었다.

“몇 편은 문화재청의 문화재 칼럼에 게재한 것도 있으나, 부산예총에서 펴내는 〈예술부산〉에 연재한 것이 다수여서, 부산예총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무엇보다 여기에 소개되는 대다수의 작품들은 부산이라는 도시 공간은 물론 역사와 깊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부산 사람이 제작하였거나, 부산을 그린, 또는 부산을 거쳐 가거나 부산에 남겨져 우리 도시의 문화예술계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관장은 옛 부산이 담긴 문화재도 소개했다. 18세기 겸재 정선파 화풍을 보여주는 ‘김윤겸 필 영남기행화첩’ 14장에는 부산 절경이 3장 포함돼 있는데 몰운대 영가대 태종대 등이다. 이 부관장은 “3장 모두가 빼어나며, 그중 몰운대 그림에서는 어떤 경이로움이 느껴진다”며 “19세기 ‘농가월령도 12곡 병풍’도 ‘동래부 생산 예술품’으로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이 부관장은 부산시·경상남도, 충청북도 문화재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 부산미술협회 학술평론분과 회원,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미술사학과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대학교대학원 사학과(미술사) 문학박사 학위를, 미술사를 전공한 후 국가유산청 문화유산 감정위원과 부산문화재단 이사를 역임했다.

저서는 단행본 〈좌천동 가구거리와 자개골목-장인과 공예기술〉, 〈조선후기 경상도지역 화원 연구〉와 공저로 〈부산의 골목길〉, 〈대한도기 흔적찾기〉, 〈천곡 송상현(泉谷 宋象賢)의 학문과 사상〉, 〈부산의 전시공간〉, 〈동아시아 불교와 원효대사의 위상〉, 〈피란수도 부산의 문화예술〉, 〈옛사람들의 삶과 꿈〉 등이 있다.

20여 년간 부산항과 김해공항 문화유산 감정관실에서 근무한 경험과 시도 문화유산위원으로 활동하며 조사 연구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부산과 관련된 서화들에 얽힌 사연을 하나하나 엮어 냈다.

“우리가 살아왔던 터전, 여기 부산에 관한 역사를 거시적인 관점이 아니라 내밀한 예술가들과 수집가들, 주문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감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는 무형문화재 전통 공예 기술 장인들을 발굴해 조사·연구한 공로로 제22회 MBC 부산문화대상(문화예술부문)을 받기도 했다.

이 부관장의 시선은 ‘부산 지역사의 모서리와 틈새’다. 그는 부산에서 평생을 살았던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그들이 평생 살아온 삶과 열정을 직접 살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책을 쓰면서 부산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를테면 타자적 감정이 아니라 부산을 좀 더 뚜렷하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관장은 “책을 쓰면서 한 분야에 관해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그동안 특정 분야의 지식만을 전달하는 논문이나 저서만을 써 왔는데, 이제는 일반인도 공감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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