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장 훈련’ 대표팀, ‘경기장 훈련’ 프랑스 이겼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선수촌에 경기장 세트 설치 연습
관중 환호·불어 소음까지 재현해
바람 적응 위해 남한강변 특훈도

지난 29일(현지시간) 열린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현지시간) 열린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궁 대표팀을 위한 대한양궁협회의 ‘완벽 지원’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남녀 동반 3연패를 이루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4월 11일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태극 궁사 6명이 확정됐다. 선수들은 5월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올림픽에 대비한 집중 훈련에 돌입했다.

대한양궁협회는 선수들보다 훨씬 일찍 올림픽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선수들이 최적의 몸 상태에서 메달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경기 일정과 장소 등 모든 부분을 체크했다. 파리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은 수많은 특별 훈련에 참가해야만 했다. 진천선수촌에 파리 레쟁발리드 경기장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세트를 설치했다. 간판과 대형 전광판 등 구조물에 대회 상징색까지 칠해 세트 경기장을 만들어 냈다.

장내 아나운서 코멘트, 관중의 환호성, 소음 역시 프랑스어와 영어로 틀어 세트는 올림픽 현장을 방불케 했다. 뿐만 아니라 경기장 출입구에서 사대, 미디어와 만나는 인터뷰 공간까지 가는 동선도 실제와 똑같이 조성했다. 양궁 대표팀이 사실상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처럼 이 같은 장치를 통해 현지 적응력을 높여 왔던 것이다.

양궁협회의 유별난 노력은 남자 단체전 결승전 때 빛을 발했다. 결승 상대로 예상이나 한 듯 프랑스가 걸려들었다. 프랑스 대표팀은 ‘진짜 레쟁발리드’에서 수없이 연습했고, 우리 대표팀이 활시위를 당긴 곳은 진천의 ‘가짜 레쟁발리드’였다. 경기 결과는 가짜 레쟁발리드에서 훈련한 우리 대표팀의 승리였다. 홍승진 대표팀 총감독은 “선수들이 실제 경기장을 미리 경험한 덕에 환경 적응력은 높이고 심리적 부담감은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센강에서 200~300m 떨어진 레쟁발리드는 강바람이 수시로 부는 곳이다. 이에 양궁협회는 지난달 2일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300m 떨어진 곳에 훈련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게다가 29일에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전북 현대 홈 경기에서 소음 적응 훈련도 준비했다. 관중들은 훈련을 돕기 위해 응원단의 북소리에 맞춰 손뼉을 치고 일부러 야유도 퍼부으며 태극 궁사들의 훈련을 도운 것이다.

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자동차의 파리 현지 지원도 파격적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선수들이 레쟁발리드 공식 훈련장보다 편한 마음으로 기량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별도의 전용 훈련장을 마련했다. 프랑스 근교 일드프랑스에 있는 140년 전통의 종합 스포츠클럽 ‘스타드 프랑쉐’를 대회 기간 통째로 대여했다. 회원제 클럽인 이곳은 일반인은 접근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 선수들이 경기 사이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레쟁발리드에서 2분 거리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이 또한 방 6개에 더해 2층 라운지를 통째로 빌렸다고 한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해 대통령 프랑스 순방길에 동행했을 때 현지에서 선수 지원 시설들을 둘러보며 동선 등에 문제점은 없는지 직접 체크했다고 양궁협회 관계자들은 전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