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4’ 방불케 한 필리핀 거점 도박 사이트(종합)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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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해경청, 운영 일당 8명 검거
해외 거점·국내 돈세탁 등 분업
사회 초년생 통장 악용 피해 확산

남해해경청이 압수한 타인 명의로 개설된 통장 사진. 남해해경청 제공 남해해경청이 압수한 타인 명의로 개설된 통장 사진. 남해해경청 제공

돈이 급한 사회 초년생 수십 명이 대출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자신 명의의 통장과 휴대전화를 넘겨줬다가 한순간에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 명의의 통장과 휴대전화는 해외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범죄 수익을 세탁하는 데 쓰였다. 이런 사실은 경찰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과 돈세탁 조직을 잡아들이면서 드러났다.


남해해양경찰청은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바카라 등 불법 도박사이트 18개를 운영한 혐의(도박공간개설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일당 8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남해해경은 또 유령 회사를 세우고 대포 통장을 통해 이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의 수익을 세탁해 준 일당도 붙잡았다. 돈세탁 조직 가운데 총책인 40대 A 씨와 20대 B 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두 범죄 조직은 불법 도박사이트 수익을 세탁하는 데에 사회 초년생에게 접근했다. 이들에게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고 접근해 통장과 휴대전화를 넘겨받은 뒤 이를 범죄에 악용했다는 것이다. 이들 일당은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 등을 보내 통장과 휴대전화를 넘겨주면 100만 원을 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을 불러 모았다. 때로는 지인들에게 접근해 명의를 확보하기도 했다.

해경이 현재까지 확인한 명의 도용 피해자는 25명이고, 대부분 20대 사회 초년생이었다. 해경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대포 통장은 92개, 대포 휴대전화는 23개나 된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통장과 휴대전화가 범죄에 사용될 줄 상상도 못 했다’고 진술했다. 돈이 필요해서 통장, 휴대전화 정보를 넘겼지만, 직후 상대방과 연락이 끊긴 탓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의를 빌려준 통장과 휴대전화가 범죄에 악용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통장·신용카드 등 ‘접근 매체’를 양도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남해해경은 20대 사회 초년생들의 정확한 피해 상황과 함께 해외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의 정확한 범죄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남해해경 관계자는 “돈이 필요하거나, 부탁하는 상대방이 가까운 사이여도 통장이나 휴대전화 명의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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