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봤다더라” 소문만 무성했던 멸종위기 새, 울산의 한 중학생이 발견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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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청다리도요사촌’ 관찰…전 세계 1300마리 뿐
새 관찰 취미인 문수중 이승현 군이 서생해안서 발견
울산서 공식 확인은 처음…전문가 “서식환경 보존해야”

울산 문수중 3학년 이승현 학생이 촬영한 멸종위기 ‘청다리도요사촌.’ 울산시 제공 울산 문수중 3학년 이승현 학생이 촬영한 멸종위기 ‘청다리도요사촌.’ 울산시 제공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청다리도요사촌’이 탐조 활동을 하던 울산의 한 중학생에 의해 관찰됐다.

울산시는 지난 26일 오전 7시께 문수중학교 3학년 이승현 학생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주말 현장 확인을 거쳐 청다리도요사촌의 도래 사실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울산에서 이 새가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다리도요사촌은 이 군이 촬영하기 전까지 울산 해안으로 왔다는 기록이 없고 “누가 봤다더라”라는 소문만 있던 종이다.

이 군은 울산 새 관찰모임 ‘짹짹휴게소’에서 활동하면서 학기 중에도 탐조 활동 후에 등교할 정도로 열정이 남다르다고 한다. 촬영 당일에도 새벽 버스를 타고 서생 해안을 탐조하다가 청다리도요사촌을 단박에 알아보고 사진을 찍었다.

제보를 받은 시는 시민생물학자인 윤기득 사진작가와 현장을 찾아 갯바위 일대에서 노랑발도요, 좀도요, 꼬까도요, 뒷부리도요 등과 함께 먹이 활동하는 청다리도요사촌 1개체를 확인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국립공주대학교 조류 전문가인 조삼래 명예교수는 “청다리도요와 혼동할 수 있는 종이지만 변환깃을 볼 때 청다리도요사촌의 특징을 보인다”고 확인했다.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은 “청다리도요사촌이 동해안 지역에서 관찰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이는 태화강국가정원 등 친환경 인프라 조성과 관리 정책으로 해안의 다양한 물새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청다리도요사촌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자료목록 위기종(EN)인 국제 보호조로, 전 세계에 500~1300여 마리만 살아 있다고 파악된다. 환경부에서도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매우 드물게 오는 나그네새로 꼽힌다. 청다리도요와 혼동이 쉬운 종인데, 청다리도요보다 부리는 굵고 약간 위로 향하며 기부(살가죽)에 노란색 기운이 있다.

모래톱이나 갯벌의 물웅덩이에서 게, 작은 어류, 연체동물 등을 잡아먹는다.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는 “지난 7월 확인된 멸종위기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백로와 함께 울산 해안으로 또 한 종의 귀한 새가 찾아왔다”며 “서생해안 갯바위 주변으로 새들이 온전하게 쉬었다 갈 수 있게 서식환경이 계속 보존되도록 지역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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